끝날 기미 없는 文-尹 사저 앞 시위 대결..'갈등 정치'의 민낯

강주희 2022. 6. 23. 16: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진영 갈등으로 번진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 시위
시위 장기화에, 인근 주민들만 고스란히 피해
전문가들 "편 가르기, 팬덤 정치 폐해의 단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열린 24시간 집회./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 시위와 이에 맞선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자택 앞 시위가 계속되면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불편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시위가 보수·진보 간 갈등으로 번지게 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내 편은 옳고, 상대편은 틀리다'는 진영 논리에 함몰된 것이 욕설·고성이 난무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윤 대통령이 거주하는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입주민들은 22일 경찰에 아파트 앞 시위에서 확성기 사용을 제한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 정원헌 입주자대표 회장은 이날 서초경찰서를 찾아 "허가를 받은 시위이다 보니 시위 자체를 금지할 권한은 없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고 수험생, 어린이, 노인이 불편한 만큼 시위, 고성능 마이크의 사용 자제를 골자로 한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이달 14일부터 9일 간 윤 대통령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보수단체의 시위가 계속되고,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법대로 하라"며 사실상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맞불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서울의소리 측은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막는 데 나서지 않고 방치했다며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20일 "이 집회는 언제 끝날지 기한이 없다"며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끝날 때까지 자신들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집회에 항의하는 마을주민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앞에서도 40여 일 째 보수단체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양산 주민들은 시위대의 고성과 욕설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저 어느 위치에 있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적나라하게 들렸다. 왁자지껄 떠들다가 2~3초 조용해지기만 하면 그들의 욕설은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고 전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전·현직 대통령의 사저 앞 시위를 저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 규정하는 금지 구역 이외 장소에서 행해지는 집회를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집시법 11조는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헌법재판소·대통령 관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 공관 100m 이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을 집회 금지 구역인 '대통령 관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최근 법원은 윤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에 관해 '대통령실은 집무실이지, 관저가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다. 전·현직 대통령의 자택과 사저 등도 집회 금지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의 경우 기존의 청와대와는 달리, 대통령 집무실과 거주지가 분리되면서 벌어지는 혼란이기 때문에 집시법에 명시된 대통령 관저를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선 올해 4~6월 집시법 개정안이 7건이나 발의됐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집무실도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 사저 앞을 집회·시위 금지 장소에 포함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으로 번진 시위를 두고 정치권을 향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두고 "다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나"라는 윤 대통령 발언에 야권은 '욕설 시위'를 방치한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상대 진영에 대한 포용력 없는 정치가 이 같은 갈등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문 전 대통령도 과거 열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등 행동에 대해 '양념'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었다. 이번 전현직 대통령 자택 앞 시위는 정치권이 그동안 서로에게 행해 온 대립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를 공격하고 자극하는 발언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편 가르기 정치, 팬텀 정치 폐해의 한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