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이롭게 해야 진짜 천재..반지성주의 타파는 인문학으로"

서믿음 2022. 6. 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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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재능을 인류에 유익하게 사용해야 진짜 천재
물질·정신문명 균형 못 이루는 사회 천재 배출 어려워
재능은 점점 커지는 것,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 달라질 수 있어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천재의 사전적 의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이다.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조성관 천재연구가의 기준은 보다 엄격하다. “타고난 재능을 공동체와 국가, 나아가 인류사회에 유익하게 사용한 인재”를 비로소 천재라고 명명한다.

백남준, 지그문트 프로이트, 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 나쓰메 소쎄끼 등이 해당한다. 일간지 기자 시절부터 은퇴한 지금까지 열아홉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중 열권이 천재에 관한 내용인데, 반응이 뜨겁다.

백남준 등 아홉명의 천재를 다룬 아카데미 ‘지니어스 테이블(Genius table)'은 지난달 성황리에 시즌1을 마감했다. 기업CEO, 전직 광역단체장, 전직 장관, 건축가, 시인, 가수, 미술인 등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해 심도 깊은 천재 분석에 탐닉했다.

천재 연구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신문 칼럼은 벌써 100회를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쓸거리가 그득하다. “천재가 계속해서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천재 연구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천재연구가 조성관 국제지니어스 연구소장. 그를 경복궁역 인근 스타벅스R에서 마주했다. 이곳은 천재연구와 칼럼 작성이 이뤄지는 그의 집필실이기도 하다.

- 천재를 연구하는 천재연구가다. 다소 생소한데.

▲세계적으로 천재연구가가 몇 명 있다. 아마 국내에서 활동하는 건 내가 유일할거다. 천재연구의 시작은 2005년 12월로 거슬러 오른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는 2006년 1월26일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빈을 취재 방문했다. 눈보라를 헤치며 모차르트의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교향곡 40번이 들리더라. 집에 다다를수록 소리가 ‘크레센도(점점 커지다)’도 되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더라.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지금도 그 경험이 생생하다. 이후 다시 빈을 찾아 열흘간 천재 연구에 몰두했고, 2007년 천재시리즈의 첫 책인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출간했다.

-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천재의 정의라고 들었다. 그 정의는 바뀌지 않았나.

▲수학문제를 잘 풀고, 암기를 잘 하고 그런 건 천재가 아니다. 재능으로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한 사람이 천재다. 인류 사회를 이롭게 한 사람뿐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인도 천재라고 생각한다. 이병철, 정주영을 천재에 포함시킨 이유다.

- 천재에 관한 책을 많이 썼다. 다뤘던 인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저널리스트 대 선배 조지 오웰이다. 다른 천재는 연구를 해도 따라할 수가 없지만 조지 오웰은 훌륭한 라이터(Writer)다. 그가 한 노력의 1/10만 해보자라는 생각을 한다.

- 천재 연구 과정은.

▲일단 인물과 관련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다. 원서까지 찾아 해당 인물에 관한 거의 모든 책을 읽는다. 그리고 인물과 관련한 장소를 찾아간다. 흔히 공간의 의미를 간과하는데, 공간에 가면 그 사람과 무언의 교감을 나눌 수 있다. 현장을 가보느냐 안 가보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현지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최적의 동선을 짜고 열흘간 취재에 몰두한다. 기자 재직 시절에는 책 한권 출간에 2년이 걸렸는데, 이제는 1년 정도 걸린다.

- 현 시대의 천재는 왜 소개하지 않나.

▲생존 인물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 쉽다. 사람이 일정 기한 동안 천재일 순 있어도 평생을 천재이긴 어렵다.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생애를 조망할 시간이 필요하다. 작고 하신 이어령 선생님도 잘 알았지만, 살아 계실 때는 쓰지 않았다.

- 다름에 관한 포용력이 높지 않은 국내에선 천재가 나오기 어렵다고들 한다. 왜 천재가 드물다고 생각하나.

▲선진국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물질과 정신문명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는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상업 인공위성을 발사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삼성, LG 현대 등을 보유한 어딜 내놔도 좋은 명백한 선진국이다. 반면 정신문명은 어떠한가. 많이 부족하다. 같이 올라가야 비로소 천재 배출의 토대가 마련된다.

- 최근 ‘Genius Table’ 시즌1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들었다. 어떻게 만들어졌나.

▲2018년 은퇴를 하고 전업 작가로 데뷔했다. 이듬해부터 강의를 했다. 근데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이후 2년간은 지옥이었다. 그때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봉욱 전 차장검사가 아카데미를 열어보라고 아이디어를 줬다. ‘천재 콘텐츠’가 풍부하니 사람을 모아 보라는 거다. 1년을 준비해서 론칭했는데 2개월 만에 ‘완판’이 됐다. 평생 두고두고 은혜를 갚아야 한다.(웃음)

지니어스 테이블 시즌1 교재 - 버지니아 울프 편

-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는 부분은.

▲어떻게 재능을 폭발시켰느냐에 관심이 많았다. 천재도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인생을 바꾼 경우가 많다. 버지니아 울프도 남편을 안 만났으면 재능을 꽃 피우지 못했을 거다. 윤동주는 연희전문 후배 정병욱이 필사본 시집을 보관하지 않았다면 시인으로 부활하지 못했을 거다. 천재는 1%의 재능과 29%의 주변 환경, 70%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재능은 점점 커지는 거다. 당신의 인생도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권면하는데 방점을 둔다. ‘Thanks to~’를 강조하는 이유다. 기업가들은 대중의 니즈(Needs)를 꿰뚫는 인문학적 관점에도 관심이 많더라.

- 버지니아 울프 강연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다.

▲지금 시대에 딱 맞는 내용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대표적인 성범죄 피해자(의붓오빠에게 성추행 당함)다. 그의 삶을 보면 가슴이 저민다. 오죽하면 시인 박인환이 ‘목마와 숙녀’(1950)에서 “서러운 이야기”라고 했겠나. 강연할 때 버지니아 울프의 생가와 죽은 장소까지 보여주며 성학대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를 일깨운다.

- 향후 계획은.

▲천재 시리즈는 열 권으로 잠정 완료했다. 이후에는 신문에 142회 연재한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을 묶어 출간할 예정이다. 지니어스 테이블 시즌2도 준비 중이다. 목표는 반지성주의 타파다. 그러기 위해선 인문 교양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국민의 인문적 교양이 두터운 사회는 결코 선전과 선동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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