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악용되는 '심부름 대행' 앱.. "이용자도 헬퍼도 주의 필요"

김대현 2022. 6. 2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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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대행 앱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권재성 법률사무소 원탑 대표변호사는 "이용자가 범행을 시킨 경우 '교사범'으로 인정돼 직접 범행을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된다"며 "헬퍼 또한 심부름 내용이 범죄란 점을 확인했거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처벌될 수 있다. 술·담배 심부름만 해도 이용자가 청소년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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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가짜금괴 등 품목 다양
신원확인 부실 피해 사례들
형사 처벌·손해배상 책임도
사진=픽사베이

#. "국제우편물을 대신 받아주세요." A씨(29·남)는 2020년 8월17일 심부름 대행 서비스 앱을 통해 '헬퍼'(심부름 수행자)에게 이같이 부탁했다. 5일 뒤 네덜란드에서 인천으로 날아온 우편물엔 마약류인 엑스터시 101정이 담겨있었다. 우편봉투 겉면엔 A씨가 아닌 헬퍼의 성명, 주소, 연락처가 적혔다.

#. 2020년 5~6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가짜금괴' 판매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B씨. 그는 재판 과정에서 "금괴 판매글을 게시한 사람으로부터 심부름 앱을 통해 지시받고, 물품 전달 및 대금 수령 등 업무를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전달한 금괴가 가짜란 점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심부름 대행 앱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심부름 서비스 이용률은 각종 방역 조치로 이동권이 제한된 2020~2021년 급증했다. 전문 직원이 아닌, 지역 내 평범한 주민을 연결해주는 게 특징이다. 이용자가 요청사항과 지불할 금액을 앱에 올리면, 가까운 지역의 헬퍼가 이를 확인하고 지원한다. 심부름 내용만큼이나 그 이용료 역시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이용자가 심부름 내용을 제한적으로 소개하거나 헬퍼가 신원을 속여 발생한 형사 사건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5월17일 C씨(24·남)는 심부름 앱에서 '돈을 빌려주면 당일 오후 6시까지 돈을 두 배로 갚겠다'는 이용자의 '요청'을 수락하고, 현금 8만원을 내줬다. 하지만 돈을 빌려 간 이용자는 1년 전 사기죄로 복역을 마친 전과자였다. 지난 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3단독 정승진 판사는 관련 혐의가 여러 개인 것을 확인하고 징역 1년6월개월을 선고했다.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찬 성폭행 전과자가 가구를 옮겨달라고 요청한 이용자를 흉기로 협박해 추행한 사건도 잇었다. 이들을 중개한 모 심부름 앱 운영사는 평소 엄격한 '신원 검증'을 광고했지만, 범죄 경력 등 객관적인 검증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 민사3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앱 운영사에 대해 "이용자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성범죄 피해와 과장된 광고 내용이 서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권재성 법률사무소 원탑 대표변호사는 "이용자가 범행을 시킨 경우 '교사범'으로 인정돼 직접 범행을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된다"며 "헬퍼 또한 심부름 내용이 범죄란 점을 확인했거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처벌될 수 있다. 술·담배 심부름만 해도 이용자가 청소년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는 헬퍼에 대한 신원 확인이 제한적이고, 헬퍼도 형사 처벌과 더불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며 "불법의 소지가 없는지 당사자 모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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