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처럼 삐죽삐죽한 돌산.. 그 위에서 본 기막힌 풍경
[임명옥 기자]
▲ 몬세라트 멀리서 보이는 몬세라트의 바위 봉우리들 |
ⓒ 임명옥 |
대중교통을 이용해 바르셀로나에서 몬세라트에 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용하는 방법으로 에스파냐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가 산악열차나 케이블카로 환승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산츠역 옆 버스 터미널에서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버스를 타면 몬세라트 수도원 입구까지 무정차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아침 9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는데 버스표는 미리 예매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승차할 때 현금을 지불하면 되었다. 4명이 23유로였으니 기차보다 경제적인 가격으로 몬세라트 수도원까지 갈 수 있었다.
버스는 산의 능선을 타고 만들어진 도로를 올라가는데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도로 가장자리는 낭떠러지였다. 그래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하고 밑으로 곤두박질칠 거 같은 조마조마함이 있었다. 하지만 위를 쳐다보면 멀리서 보이는 웅장하고 신비로운 바위산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승객으로 꽉 찬 버스는 1시간 10여 분 걸려 몬세라트 수도원 입구에 도착했다.
▲ 몬세라트 수도원과 바위 봉우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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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725미터에 세워진 몬세라트 수도원은 1025년 목동들이 발견한 목각으로 만들어진 검은 성모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다. 13세기에 걸쳐 여러 번의 기적이 일어나 순례자가 급증하면서 검은 성모상은 1881년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카탈루냐의 수호성인으로 인정받았다. 우리가 갔던 4월에도 검은 성모상을 보기 위한 순례객들의 줄은 길게 늘어서 있었다.
▲ 몬세라트 산 위에서 바라본 먼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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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좋은 풍광을 보기 위해 산 호안행 푸니쿨라를 탔다. 푸니쿨라를 타고 산꼭대기 가까운 곳에 다다르니 멀리서 바라보던 기묘한 톱니 모양의 바위들이 거대하고 둥글게 다가왔다. 가까이 보이는 산은 바위와 바위가 이어져 있고 흙과 돌로 덮인 산길은 높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산책하기 좋은 트레킹 코스였다.
먼 풍경 속에서 카탈루냐의 들녘은 푸른 생명력으로 가득하고 눈 앞에 펼쳐진 산의 능선은 완만해서 우리나라의 부드러운 산등성이를 닮아 있다. 그렇게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자연은 우리나라의 산과 들을 연상케 해서 친근하고 편안했다.
▲ 몬세라트 산 위의 작은 예배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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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세라트 수도원 성당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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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가깝게 느껴지고 세상이 멀찌감치 보이는 몬세라트에서 우리는 마음을 터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 시대에 혈액암으로 1년 전에 하늘로 떠난 여동생을 함께 추모했다. 암 진단을 받고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그래서 함께 오지 못한 여동생을 그리워하며 상실의 슬픔을 나누었다.
오전에는 트레킹을 하고 오후 1시에 소년 합창단의 노래를 듣기 위해 우리는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우리가 간 날이 토요일이기 때문인지 에스콜라니아 소년 합창단의 청아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예배를 집전하는 신부님의 성가를 들었는데 신부님의 목소리는 오랜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평화로움이 있어서 듣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는 수도원 주차장 쪽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5시 30분 발 버스를 타고 바르셀로나 숙소에 도착했다.
▲ 몬세라트 수도원 주자장 쪽에서 바라본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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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을 개척하고 자연에 도전하며 문명을 이루고 편의성을 추구하며 발전해 왔지만 자연의 웅장하고 광활하고 장엄한 모습을 보면 저절로 겸손해진다. 자연 속에서 작아지고 겸허함을 느끼는 것이 어쩌면 자연을 통해 잃어버린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몬세라트의 웅장하고 장엄하고 신비로운 모습이 기억되는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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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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