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검사 결과에 일희일비 마십시오"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2022. 6. 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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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암과 잘 동행하는 중인가요? 암환자가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받다 보면 꼭 따라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각종 검사의 수치입니다. 이 수치들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요.

검사는 치료에 도움을 주는 도구일 뿐

암환자들은 2~3개월, 6개월,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하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검사 자체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검사 며칠 전부터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 혹시나 전이됐으면 어쩌나 근심합니다. 의사로서 이런 환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검사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과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검사 때마다 너무 힘이 듭니다. 검사는 단시 검사일 뿐입니다. 결코 치료가 아닙니다. 치료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참고가 되는 자료를 수집해 지난번 검사와 비교하기 위한 것입니다. 치료 과정에 도움을 주는 도구일 뿐이지요.

데이터상의 수치는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실제와는 언제나 갭이 존재합니다. 백혈구 수치의 경우, 항암치료를 거듭 받다 보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백혈구들로 채워지기도 합니다. 백혈구의 개수가 몇 개인지 수치만 계산하지, 백혈구의 질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는 것입니다. 촉과 감이 수치보다 더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투병 의지를 더 높이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투병 의지를 느슨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검사 수치와 관계없이 투병 의지는 변함없어야 합니다. 검사 결과를 들었을 때에도 절대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이 힘든 마음이 스트레스가 되고 재발을 더 재촉할 수 있습니다.

수치와 싸우지 마세요

암 치료는 수치와의 싸움이 결코 아닙니다. 수치에 너무 연연하면 마음만 지칩니다. 수치가 곧 그 암환자의 정확한 상황을 대변하는 건 아니며, 암 투병은 수치를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교정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검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혼자 걱정하지 말고 주치의와 꼭 상의하길 바랍니다. 너무 부담된다면 당장 검사하지 않고 2~3개월 뒤에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암환자가 투병할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예외다” “나는 살 수 있다” “나는 꼭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암 투병의 결과 100명 중 99명에서 재발된다 하더라도, 내가 잘 이겨내고 극복한다면 나는 1%에 속하는 ‘암을 잘 이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다른 암환자가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결단코 살아난다는 강력한 믿음이 절망의 수렁에 빠진 암환자들을 건져 올릴 때가 아주 많습니다. 의학적인 통계이긴 하지만, 흔히 말하는 ‘몇 년 생존율’을 환자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무의미합니다. 암은 환자 자신이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면서도, 동시에 생명의 문제이므로 어느 정도는 하늘이 도와주셔야 살 수 있는 병입니다.

‘나는 예외’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수많은 위암 수술을 해봤지만, 똑같은 위암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의학은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재발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나는 예외다’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가슴 깊이 새기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만약 재발이 됐다면 현명하게 대처하세요. 예상하지 못했던 재발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진과 환자와 보호자가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 노력이 고스란히 환자의 예후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검사라는 것은 어떤 한 시점에 내 몸에 일어난 현상에 불과합니다. 이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인체는 회복되고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걱정하고 근심하고 불안해하면 인체가 선순환으로 가려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보호자와 의사의 노력도 필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환자가 암 투병을 잘 하게 하도록 몇 가지 요령을 익혀두면 좋습니다. 그 중 하나가 검사를 적당한 선에서 받도록 조정하는 겁니다. 검사 후에는 환자가 걱정할 만한 말은 듣지 않게끔 미리 차단하려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사 결과를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위해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해 주세요. 차트만 보고 수치를 나열하는 것보다 친절한 마음으로 위로하면서 환자와 대화하길 바랍니다. 특별히 알려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결과가 조금 안 좋게 나오더라도 용기와 응원을 주는 쪽이 더 좋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세요. 검사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잔잔하고 평온 마음에서 치료가 시작되고 극대화됩니다. 오늘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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