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팀 활동 잠정중단 무엇이 힘들었나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2. 6. 2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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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이 최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단체 활동의 대부분 중단이다. 방탄소년단 유튜브 방송과 일부 스케줄은 소화한다고 했기 때문에 전면 중단은 아니다. 그러나 그룹 활동의 핵심인 신곡 발표, 콘서트 투어 등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체 활동 대부분 중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매체들이 보도하듯이 팀 활동 잠정중단이라고 표현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이 사건을 매체들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RM이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고 영상 중에 눈물짓는 모습까지 나와 뭔가 방탄소년단이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것이 아니냐, 뭐가 문제냐, 한국 아이돌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 것 아니냐, 이런 식의 의문이 계속 등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충격적인 사건은 아니다. 단체 활동을 오래 하다 보면 개인 활동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고, 바쁘면 힘들고, 나이 먹으면 성장에 대한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자연히 팀 활동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문제가 뭐냐고 따지는 관점도 이 사건에 딱 맞지는 않게 느껴지는 것이 방탄소년단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팀이기 때문이다. 가장 성공한 팀에게 문제점을 묻는 게 어색하다. 방탄소년단은 케이팝 사상 최고의 성공 사례이고 스스로도 자신들이 성공했다고 여길 것이다. 다만 성공했다고 해서 힘든 게 안 힘들어지지는 않고, 성장이 불필요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도 사람인 이상 지금까지의 생활을 계속 하는 건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제 데뷔 10년차, 30대를 바라보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한 시기다.


케이팝 아이돌 산업에 모순이 당연히 있긴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아이돌이 아니었다. 상당한 자율성이 있었고 창작도 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케이팝 아이돌 사례에 그대로 갖다 맞추긴 어렵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아이돌 산업의 문제점하고 맞닿아 있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 더 큰 범주로 뮤지션의 보편적인 고충에 가까워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핵심적인 고충은 크게 세 가지일 것이다. 첫째 너무 힘들다. 둘째 너무 답답하다. 셋째 너무 혼란스럽다.


한국 최고 스타로만 활동해도 잠 잘 시간이 없을 판인데 하물며 방탄소년단은 세계 최고 스타였다. 매번 세계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냈다. 그건 연습량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렸는데 안 지치는 게 이상하다. 더군다나 낯선 외국에서 유명 시상식, TV쇼, 백악관, 유엔 등에 참석해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려니 중압감이 상상 초월이었을 것이다. 번 아웃이 될 수밖에 없다.


너무 답답하다는 건 단체 활동의 문제다. 연습생 시절부터 10년 이상을 단체 생활로 보냈다. 다른 사람 같으면 벌써 미칠 지경이 됐을 것이다. 일반 아이돌이었다면 진작 개인 활동을 했을 것이지만 방탄소년단은 세계 1등까지 폭풍 질주했기 때문에 단체 생활 기간이 유난히 길었다. 대단히 답답했을 것이다.


혼란스럽다는 건 방탄소년단이 단순히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스스로 창작도 하는 등 뮤지션으로서의 자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로 마지막 도약하는 가운데 음악 콘셉트가 바뀐 것도 혼란을 초래했을 수 있고, 팀 성격과 개인의 메시지가 다르다보니 정리하는 기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 이유고 병역 문제는, 물론 그것도 고려는 했겠지만 핵심 사안은 아닌 걸로 보인다. 이렇게 힘들게 활동했던 건 꼭 아이돌이라서가 아니라, 가수들이 원래 큰 스타를 목표로 하고 물 들어오면 노 젓는다. 인기가 터지면 잠도 못 자고 수액 맞으면서 스케줄 소화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 최고로 급상승하는 과정에서 그 정도가 더 심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돌 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 것이다. 케이팝 시스템이 아니었어도 방탄소년단 정도 활동해서 세계 1위 팀 되고 30대를 바라보면 이제는 탈진할 때다.


케이팝 고유의 문제가 있긴 하다. 한국 대중이 유난히 까다롭고 무섭다. 아이돌이 조금만 실수하거나 기대에서 벗어나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언론은 이번 방탄소년단 팀 활동 중단 같은 일이 터지면 덮어놓고 ‘지나친 통제가 문제다, 자율성을 줘라’라고 하지만 평소 아이돌이 문제를 일으키면 으레 ‘소속사는 관리 안 하고 뭐했느냐’라고 질타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회사는 회사대로 아이돌은 아이돌대로 극단적으로 관리하는 게 일상화됐다. 방탄소년단은 구설수 없는 세월이 9년이니 20대를 수도승처럼 보낸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피폐해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길게 얘기했는데, 한 마디로 방탄소년단이 사람이고 자의식을 가진 뮤지션이어서 발생한 일이다. 사람이니까 힘들고 답답하고 뮤지션이니까 혼란스럽고, 두 측면 모두에서 자율성과 성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생애주기상 딱 그럴 시점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방탄소년단 2막, 인생의 새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판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 그들은 당분간 개인으로 메시지를 낼 것 같다. 그러다 때가 되면 팀 활동도 할 것이다. 부디 바라는 건 방탄소년단이 한국 최고, 세계 최고라는 중압감만은 내려놓고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개인 활동이든 팀 활동이든 했으면 한다는 점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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