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신영복, 2000년대 친중라인의 뿌리 [민경우의 운동권 이야기]

데스크 입력 2022. 6. 23. 05:05 수정 2022. 7. 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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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절대악으로 중국에 나름 긍정적 요소 있다고 주장
신영복에 대한 문재인의 애정은 각별하고 노골적
중국 부상에 입각해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질서 재편 주장
ⓒ데일리안 DB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9일 SNS를 통해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책은 한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중 정서가 미국과 보수세력의 정치적 음모라고 지적하고 역으로 미국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대중 생각과는 다른 파격적인 주장이다.


책의 주장은 그것대로 적절히 검토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파격적인 책의 내용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했다는 점이다. 한미, 한중 관계 등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어렵다.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써 당연한 태도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정확한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식적 경로와는 다른 비공식적 프리즘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책 ‘짱깨주의의 탄생’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탐색해보는 것도 유익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중 충돌로 전후체제가 흔들리면서 미국 중심의 수직적 동맹체제가 흔들리고 다자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책은 평화체제 관점에서 중국과 탈식민주의적 연대의 가능성을 검토해 본 하나의 도전적 시론이다.”


한미관계를 여전히 신식민지, 탈식민과 같은 용어를 빌어 설명하고 있는데 책에는 그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필자가 보기엔 원래부터 그렇다 또는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정도로 들린다. 저자가 80년대 후반 운동권의 급진주의에 여전히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국이 탈식민의 관점에서 한국과 연대한다면 중국에 그것을 가능케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도 약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미국이 절대악이기 때문에 중국에도 나름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80년대 중후반 운동권의 급진적 분석과 이론을 뼈대로 2010년대 다양한 현실을 갖다 붙인 투박한 저적(抵敵)이라고 생각한다. 책 자체만 보면 크게 주목 받을만한 책은 아닌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책은 고만고만한 중국 관련 책으로 분류되었을 것 같다. 책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것은 2010년대 대한민국의 유력 정치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후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급진적 주장이 난무했다. 이들의 주장 대부분은 미국과 서방 세계를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소련과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학생들의 이런 주장은 거의 완전히 전복되었다.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이 붕괴되었음에도 운동권 절대 다수는 사회주의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를 거두지 않았다. 여기에는 리영희·유시민·조희연 등이 포함된다. 이들이 90년대 초반에 썼던 사회주의와 미국에 대한 글들은 지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유시민·조희연을 포함해 운동권 절대 다수는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이 붕괴되었음에도 급진이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채 제도권에 적응했다.


90년대 미소 냉전이 붕괴된 조건에서 미국이 제국주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2001년 9.11 테러,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략이 시작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80년대 중후반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간주했던 청년들은 2000년대 다시금 미국이 쟁점으로 등장했을 때 80년대 후반 그들이 갖고 있던 낡은 생각, 미국은 제국주의다라는 신념체계를 다시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위 반미 문제는 운동권과 그 영향하에 있던 지식인 사회가 갖고 있던 공통의 생각이었다. 2000년대 초반의 동아시아 정세에서 특별했던 것은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은 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92년 한중 수교, 2001년 WTO 가입 등을 계기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주요 행위자로 등장한다. 80년대라면 중국 없이 한반도 정세를 논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을 포함해 정세를 말해야 한다.


여기서 중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고 중국을 포함하는 진보적 대안을 고민하는 독특한 세력이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신영복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신영복을 사상적 은사로까지 생각했다. ‘짱깨주의의 탄생’은 이후 소개할 신영복-문재인류의 친중 성향의 연장에 있다.


2003년 신영복은 잡지 “황해문화”와의 대담에서 중국학자들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중국의 비판적인 엘리트들은……. 한마디로 현대 중국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지양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중국에는 역사적으로 5천년이라는 아주 장구하고 거대한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몽골이 지배하더라도 그걸 중국적인 것으로 소화해 내고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워 지배를 하더라도 소화해 내고 불교가 들어오면 불학이 되고 마르크시즘이 들어와도 마오이즘으로 소화해내는 그런 거대한 대륙적 소화력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지금은 자본주의를 소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21세기의 새로운 문명이 창조된다면 그건 중국발일 것이라는 얘기지요. 물론 일리가 있다고 봐요”라고 말한다. (‘이라크 전쟁의 세계와 한반도발 대안의 모색’, 손잡고 더불어)

2000년대 중국을 미국식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중 한 사람이 신영복이고, 조정래나 도올 김용옥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이 또한 다양한 갈래의 사상 흐름 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점이다.


신영복에 대한 문재인의 애정은 각별하고 노골적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동양고전에 대한 연구나 휴머니즘과 같은 철학적인 측면을 넘어 중국에 대한 태도와 같은 정치외교적인 측면에까지 확장되어 있었던 점이다.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17년 12월 중국을 방문한다.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몽’을 언급한 것도 이 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하여 시진핑과 회담하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신영복의 글씨 ‘통’이 들어 있는 서화작품을 선물했다. 이어 2018년 초 북한의 김여정·김영남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과 사진을 함께 사진을 찍으며 ‘통’이 포함된 배경을 연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확한 의도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특별한 의도는 사진 배경, 글씨체를 넘어 그것이 담고 있었던 콘텐츠에 있다는 것도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의 신분이었고 그가 다룬 내용은 견고한 한미동맹 체제하에서 그것을 부정할 수도 있는 위험한 내용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복원하기 위해 ‘짱깨주의의 탄생’을 통해 그에 우회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이다.


길게 보면 2000~20년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부상했다. ‘짱개주의의 탄생’은 그런 중국의 부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그에 입각해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2000년대 문재인과 신영복이 함께 꾸었던 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서 ‘짱깨주의의 탄생’은 그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 혼신의 힘을 다해 관철하고 싶었던 시대적 소명을 퇴임 후 그려 놓은 청사진일지 모른다.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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