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선 5000원짜리 1일 투어에 8000원짜리 식사쿠폰 준다
강화도 오디세이① 읍내 체험여행
무료 해설 듣는 ‘스토리 워크’
대통령 13명이 75년 동안 썼던 청와대를 떠나 5㎞ 거리의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나라가 떠들썩했다. 궁궐만이 아니라 수도를 통째로 옮긴다면 어땠을까. 800년 전 그런 일이 있었다. 고려 고종은 1232년 몽골 침입에 맞서기 위해 강화 천도를 단행했다. 1270년 개경으로 환도할 때까지 궁궐이 있던 자리가 '고려궁지'다. 한눈에 봐도 명당이다. 뒤편에 북산이 버티고 있고 읍내가 훤히 보이는 풍광이 청와대 뺨친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1900년 영국 출신의 초대 주교 고요한 신부가 지은 한옥 교회다. 외세에 대한 저항감이 심했던 때라 불교·유교·도교 같은 토착 종교문화를 건축에 접목한 점이 이채로웠다.
강화읍에는 산업화시대 유산도 많다. 카페로 변신한 조양방직은 1933년 민족 자본으로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공장이었다. 읍내 중심가에는 1970년대까지 국내 직물산업을 선도했던 심도직물의 굴뚝이 남아 있다. 강화는 면직물 중에서 기저귀·행주 등을 만드는 ‘소창’을 많이 생산했다. 군에서 운영하는 소창체험관에서 강화 직물의 역사를 보고 무료 소창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화문석도 강화 대표 특산물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화문석을 짰는데, 값싼 수입 돗자리에 밀려 생산량이 급감했다. 박윤환(43)씨가 ‘강화도령’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강화 화문석의 명맥을 잇고 전시관과 체험장을 운영한다. 컵 받침, 방석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철책길 걸으며 평화를 배우다
강화는 휴전선 접경지다. DMZ 같은 완충지대가 없다. 한강 하구(한강·임진강·예성강이 합류하는 남북 중립수역)만 건너면 바로 북한이다.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북한까지 직선 거리가 불과 1.8㎞다. 2020년 7월 탈북민 김모씨가 다시 북으로 돌아간 곳도 강화도 철책의 배수로를 통해서였다.
밴댕이, 어디까지 먹어봤니
강화읍에서는 먹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식당을 검색하기 귀찮다면 강화풍물시장으로 가보시라. 2층에 강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모여 있다.
색다른 밴댕이 음식이 궁금하다면 ‘스트롱파이어’라는 읍내 펍을 추천한다. 밴댕이 피자(1만7000원)를 판다. 고소한 밴댕이와 청양고추, 대파를 넣은 페이스트가 피자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180개 점포가 들어찬 풍물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순무·사자발약쑥·새우젓 같은 강화 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 가는 것도 좋겠다. 협동조합 ‘청풍’에서 시장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참가비 1만원으로 시장을 구석구석 소개해준다.
강화 사람이 잔칫날 먹던 ‘젓국 갈비’를 잘하는 식당도 읍내에 많다. 돼지갈비와 두부·감자·애호박 등을 넣고 뭉근하게 끓인 음식이다. 용흥궁식당에서 맛본 젓국갈비(소 2만5000원)는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특출났다. 유효규(61) 사장은 “화학조미료 대신 새우젓으로 간하고 생고기를 쓴다”고 말했다.
■ 여행정보
「
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토리 워크’는 강화군 문화관광 홈페이지나 ‘네이버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된다. 스토리 워크는 하루 네 번 진행하며 한두 명만 신청해도 출발한다. 화문석 체험은 강화도령 홈페이지에서 예약한 뒤 방문하면 된다. 체험비는 제품 종류에 따라 1만~4만원. ‘늘평화 철책길 아트투어’도 강화군 홈페이지나 네이버에서 예약할 수 있다. 참가비 5000원에 서울 왕복 교통비가 포함돼 있다. 매주 토·일요일 아침 8시 30분 서울 합정역에서 버스가 출발하고 오후 8시에 복귀한다. 9시 30분까지 강화 전쟁박물관으로 직접 찾아가도 된다. 참가비는 같다.
」
강화=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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