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고인돌 앞 '허브 여왕'의 보랏빛 향기
경남 거제시의 지세포진성, 강원도 고성군의 하늬라벤더팜, 전북 고창군의 청농원 등과 함께 국내 라벤더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전북 정읍시의 허브원이다. 정읍시 구룡동 칠보산 자락에 조성된 허브원은 33만㎡(10만평) 규모로 단일 라벤더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8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허브원은 2020년 임시 개장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외부에 알려졌고 사진작가 등의 출사 명소로 인기를 모았다. 현재 라벤더 30만주와 라반딘 4만주를 비롯해 5000㎡(1500평) 규모로 코스모스가 심겨 있다. 라벤더와 라반딘은 10만㎡(3만평) 부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라벤더 꽃이 지고 나면 피어나는 라반딘은 라벤더 계열의 허브인데 진한 향기로 유명하다. 국내에선 흔치 않아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코를 기분 좋게 자극하는 허브는 아토피나 스트레스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육통과 신경통 등 통증을 완화하고 혈압을 낮추며 피부 세포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허브의 항균과 항바이러스 효과는 감기와 독감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유 효과가 큰 허브의 특성상 ‘정읍 허브원’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기는 관광지가 아닌 꽃과 자연을 활용한 치유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보랏빛 물결과 향기에 힐링, 치유, 쉼이라는 단어를 굳이 떠올릴 것도 없이 지친 몸과 마음이 위로받는 기분이다. 광활한 허브원 부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음 달 10일까지 ‘헬로우! 라·라·코(라벤더·라반딘·코스모스)’ 축제가 진행 중이다.
정읍의 향기는 ‘호남제일정’으로 불리는 태인면 ‘피향정’(披香亭·보물 제289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피향정은 ‘향기가 주변에 가득 퍼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앞면 5칸, 옆면 4칸으로 된 단층 팔작지붕의 건물이다.
피향정 앞으로 연지가 있다. 상연지는 1900년대 초 메워지고 하연지만 남아 있다.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이 태산군수로 재직 당시 이곳 연못가를 거닐며 풍월을 읊었다고 전해진다. 이곳 연꽃은 7월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수면 위를 가득 채우며 탐방객을 유혹한다. 녹색 잎과 연분홍 꽃봉오리의 어우러짐이 눈을 즐겁게 하고 바람 끝에 묻어나는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태인과 고부 일대는 동학농민혁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대다. 동학농민혁명의 계기가 됐던 폭정이 있었고 녹두장군 전봉준이 나고 자랐고 첫 봉기의 모의와 최초의 동학군 봉기가 일어났다. 폭정을 대표하는 곳은 ‘만석보’다. 동학농민혁명의 불씨를 댕긴 고부군수 조병갑이 폭정의 장본인이다. 조병갑이 만석보를 쌓고 물세를 강제로 거두자 전봉준은 분노한 농민들과 함께 고부관아를 습격했다. 만석보터에는 1986년에 세운 만석보 유지비가 있다. 이평면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석보혁파선정비가 있고 동학농민혁명 최초 봉기 장소임을 알리는 상징조형물이 세워진 예동마을이 있다. 혁명의 최초 발원지였던 이평면사무소 앞 말목장터 감나무는 2003년 태풍 매미에 쓰러졌지만 그 자리에 다시 심은 감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평면에는 전봉준이 살던 초가집을 복원한 유적과 그의 죽음이 불온시 되던 때에 후손들이 시신 없이 만든 단소(壇所)가 있다.
덕천면 황토현 전적지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이 관군과 첫 싸움에서 크게 승리한 싸움터다. 이곳에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전시관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추모관이 들어섰다. 공원 중앙에는 동학농민군이 봉기한 전국 90개 지역을 상징하는 아흔 개의 ‘울림의 기둥’이 세워졌다.
황토현 전적지 위쪽에는 1963년 세워진 갑오동학혁명기념탑이 있다. 고부면 신중리 대뫼마을에는 무명동학농민군위령탑도 세워졌다. 황토현전승일인 5월 11일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정읍IC 인근 허브원 오후 7시까지 운영
솔티숲·월영습지… 비대면 안심 관광지
전북 정읍 허브원은 호남고속도로 정읍나들목에서 가깝다. 허브원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입장료는 9000원이다. 허브원 카페를 이용할 경우 입장권을 보여주면 2000원 할인해준다. 피향정은 태인나들목에서 빠지면 편하다.
태산 선비문화의 중심지인 칠보면 무성리 일대에 자리한 칠보물테마유원지 물놀이장은 매년 여름 무더위를 피하려는 부모와 자녀들이 즐겨 찾는 단골 피서지다.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청정호수인 옥정호 물을 이용해 깨끗한 수질로 유명하다.
정읍에는 한국관광공사가 '2022년 여름철 비대면 안심 관광지 25선'으로 선정한 솔티숲과 월영습지도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과 포유류 조류 육상곤충 등의 다양한 생물이 사는 곳으로, 유아·가족 대상 다양한 관찰·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정읍은 쌍화차로 유명한 고장이다. 정읍식 쌍화탕은 숙지황 생강 등 20여 가지 약재를 달인 뒤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넣는다. 가래떡구이와 조청, 고소한 견과류와 누룽지 등 주전부리와 함께 먹으면 좋다.
정읍=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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