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신봉수, 동부지검장 임관혁..'블랙리스트' 수사 맡겼다

김철웅, 정유진, 하준호 2022. 6. 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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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2일 검사장 이상 승진·보임 인사를 단행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실시한 지난달 18일 1차 인사 때와 비교해, 검사장 승진자 10명 중 절반은 공안부·형사부 경력 검사들을 안배했다. ‘윤석열 사단 인사’라는 비판 여론을 신경 쓴 것이다. 다만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 신봉수(52·사법연수원 29기) 서울고검 검사,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동부지검장에 임관혁(56·26기) 광주고검 검사 등 특수통을 전진 배치해 전 정권 수사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뜻도 보였다.

22일 법무부가 발표한 검사장급 이상 정기 인사에서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각각 임명됐다(왼쪽부터). 노정연 창원지검장(오른쪽)은 검찰 역사상 여성으로는 처음 고검장으로 승진해 부산고검장을 맡게 됐다. 연합뉴스.

윤 정부 첫 검찰 정기인사…"현안 사건 처리 급하다"


법무부는 이번 대검검사급 이상(고검장·검사장) 정기 인사에 대해 “다수의 공석으로 인한 지휘부의 공백 해소, 선거·민생침해 사건 등 주요 현안 사건 처리 등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검찰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와 과거 어느 때보다 실질적으로 협의해 의견을 충실히 반영했고,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최대한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한동훈 장관의 의중이 인사를 결정한다는 우려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법무부는 “실력과 공정에 대한 의지, 그간 성과 등을 고려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덧붙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사장 신규 승진 인사는 사법연수원 29기가 주를 이뤘다. 대검찰청 신임 부장단은 기획조정부장에 송강 청주지검 차장, 반부패강력부장에 신봉수, 형사부장 황병주 서울고검 검사, 과학수사부장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이다. 연수원 30기에선 김선화 제주지검 차장검사가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임명됐다. 김 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여성 검사장 승진자이기도 하다.

서울고검 차장검사는 노만석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29기), 서울북부지검장엔 정영학 울산지검 차장검사(29기)가 각각 승진 보임했다. 선배 기수인 26~28기에서도 검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서울동부지검장에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26기), 의정부지검장에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28기), 대전지검장에 이진동 서울고검 감찰부장(28기)이 각각 임명됐다.


'尹사단·특수통' 임관혁·신봉수·이진동 등 4명, 공안통도 3명 안배


신임 검사장 가운데 윤 사단 및 특수통으로는 임관혁·신봉수·신응석·이진동 네 사람이 꼽힌다. 신봉수 신임 반부패강력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때 특수1부장, 총장 시절 중앙지검 2차장 검사를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및 뇌물 수수 의혹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다. 신응석 의정부지검장은 중앙지검 형사3부장 등을 지냈고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특검팀,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갑질 의혹 수사를 담당했다.

임관혁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은 4년 만에 검사장으로 승진해 문재인 정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이어받게 된다. 그는 2010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주임검사로 문재인 정부 들어 번번이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장, 부산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치며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비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입법 로비, 부산 엘시티 특혜 의혹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력형 비리를 주로 수사했다. 임 지검장에게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긴 건 문 정부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진동 신임 대전지검장 역시 특수통으로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윤 대통령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를 함께 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권순정 이어 황병주·정영학 승진…韓 서울법대 92학번 동기


송강 대검 기조부장, 정진우 과학수사부장, 정영학 서울북부지검장은 ‘공안통’(간첩·선거·노동), 황병주 대검 형사부장 등은 ‘형사통’으로 분류된다. 송 부장은 대검 공안1·2·3과장을 거치고 간첩단 왕재산 사건을 수사한 대표적 공안통으로 지난해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정진우 부장은 법무부 공안기획과장, 정영학 지검장도 국정원 파견 검사, 대검 공안3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 밖에 황병주 형사부장은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 등을 지냈다.

황 부장과 정 지검장은 지난달 먼저 검사장으로 승진한 권순정 법무부 기조실장과 더불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尹사단' 소외 불만 해소 차원… 여성 고검장도 탄생


법무부 관계자는 “특수통 외에도 소외되는 분야가 없게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공정성 있는 인사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윤 사단’, ‘특수통’ 검사들이 중용된다는 검찰 내 불만이 있었는데 이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상 첫 여성 고검장도 발탁됐다. 노정연 창원지검장(25기)이 부산고검장으로 임명되면서 74년 검찰 역사에서 최초로 여성 고검장이 됐다. 앞서 첫 여성 법무부 차관(이노공 차관)이 나온 데 이어 법조계에서도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나온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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