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소 들이받은 아이오닉5, 순식간 800도 불길 휩싸인 이유

백민정 2022. 6.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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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해고속도로 요금소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은 전기차가 전소돼 2명이 숨졌다. 지난 4일 오후 11시께 부산 강서구 범방동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서부산요금소에 진입하던 전기차가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았다. [연합뉴스]


이달 초 부산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고속도로 요금소 충격흡수대를 들이받은 후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는 외부 충격 등으로 배터리가 손상될 경우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22일 중앙일보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언을 통해 전기차 화재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매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를 하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배터리 화재 원인은=자동차안전연구원은 배터리 화재의 주된 이유로 ▶외부 충격 ▶과충전 ▶제조 불량 등을 꼽았다. 문보현 한국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는 최소 구성 단위인 배터리셀 수백~수천 개가 팩 안에 모여 있다”며 “충돌로 인해 배터리셀의 음극·양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찢어지면서 합선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열·스파크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리막이 찢어지면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전기차 화재로 우려되는 건 배터리 ‘열폭주’다. 배터리팩이 손상되면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800℃까지 치솟으며 불이 번지는 현상이다. 이럴 땐 화재 진압이 어려워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배터리 정격 용량보다 과충전됐을 때도 전해질의 온도가 상승, 양극·음극이 분해되고 분리막까지 녹아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 배터리 제조 불량은 제조 공정상 불순물이 들어가면 내부 단락이나 합선이 발생해 불이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배터리 리콜에 들어간 코나EV는 과충전 화재 사례다. 2020년 테슬라 모델X와 이번 아이오닉5는 외부 충격으로 불이 났고,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소방청 관계자는 “테슬라 사고의 경우 화재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니었다”며 “다만 전기차 화재는 진화하는데 시간이 걸려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23일 대구에서 발생한 코나 전기차 화재 사진. 충전 중이던 차에서 불이 났다. [사진 대구소방본부]


◇어떤 안전 테스트 거치나=전기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안전성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시속 56~64㎞에서 정면·부분정면·측면 충돌시험을 한다. 이때 배터리의 폭발·화재·감전 위험성이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배터리만 따로 국제 기준보다 엄격한 12개 안전시험을 거친다.

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10t짜리 프레스로 배터리팩을 누르는 압착 시험, 바닷물에 빠뜨리는 침수 시험, 높이 4.9m에서 떨어뜨리는 낙하 시험 등에서 발화나 폭발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가혹한 시험을 통과했는데도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연구원 관계자는 “안전성 평가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예컨대 평가 기준(시속 56~64㎞) 이상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배터리 화재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충돌의 경우 충격량에 비례해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치명적인 배터리 화재는 흔치 않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기차 화재 건수는 59건이었다. 전기차 보급대수 대비 화재 사고율은 0.02% 수준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한 만큼 안전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018년 5만 대였던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최근 5년 새 다섯 배가 됐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전기차 배터리는 충격과 수분에 취약한 데 국내 도로 사정은 방지턱 등 울퉁불퉁한 곳이 많고, 장마철엔 침수도 잦다”면서 “정부와 자동차 업체들이 안전 이슈도 함께 고지해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부산=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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