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5년간 바보 짓, 폭탄 터졌다"..원전 부활 쏘아올렸다
“지금 원전 업계는 전시(戰時)다. ‘탈원전’이란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비상한 각오로 무엇보다 일감, 선(先) 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원전 업계 못 살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경남 창원에서 원자력 발전 협력업체 대표 20명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역대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 설비 업체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탈원전 백지화 및 원전 최강국 건설’ 구상에 발언의 초점을 맞췄다. 사실상 ‘원전 부활’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오전 창원의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은 윤 대통령은 먼저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예산에 맞게 적기에 시공하는 능력인 ‘온 타임(on time) 온 버짓(on budget)’은 전 세계 어느 기업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원전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이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든 게 아니라 여기 계신 여러분이 원전 산업의 생태계를 수십 년에 걸쳐 탄탄히 구축한 결과”라며 “탈원전을 추진했던 관계자들이 여의도보다 큰 면적의 이 어마어마한 시설을 다 보고, 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와 현장을 둘러봤다면 과연 그런 의사 결정을 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다시 입증해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원전 수출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렸다”고 한 윤 대통령은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체코, 폴란드, 미국을 차례로 언급한 뒤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전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우리가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이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탈원전’을 표방한 전임 정부에 날을 세운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를 신속하게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전 생태계 거점인 창원의 공장이 활기를 찾고 여러분이 그야말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공약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선 “법적 절차와 기준을 준수하되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효율적으로 수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원전 시장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저 역시도 또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이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청사 브리핑에서 오는 29∼30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과 관련해 “원전 수출에 의미 있는 나라가 폴란드, 체코, 네덜란드인데, 관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며 ‘원전 세일즈’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방문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21일 창원 원전 부품 업체를 찾아 원전 산업을 직접 챙기고 현장도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공장 곳곳의 생산 현장을 둘러본 윤 대통령은 시급한 지원을 호소하는 원전 산업 관계자들에게 “지금 원전산업은 고사 직전 상태와 같다. 물과 영양분을 조금 줘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살까 말까 한 상황으로 원전 생태계 망가지고 기술자들 떠나고 나면 수주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우려했다. 또 “앞으로 외국 정상들 만나게 되면 원전 얘기를 많이 하겠다”고 거듭 약속한 뒤 “세계 원전시장 규모가 1000조에 달하는데, 지금 어려운 원전 업계에 응급조치를 취해 살려놓으면, 전후방 연관효과가 나면서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시절 2030년까지 신규 원전을 10기 이상 수주해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도 당부했다. 현장에 함께 참석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에게 “신한울 3‧4호기 발주계약은 절차와 기준은 준수하되 효율적으로 신속히 추진하라”며 “오늘 발표한 조기 일감에 더해 선발주가 가능하도록 과감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고려해 “원전업체는 현재 고사 직전으로 금융지원 대폭 확대 등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기후 위기에 대비해 장기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은 세계적인 흐름인데 전 세계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있는 것이냐”(조오섭 대변인)고 반발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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