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이재명 "판단에 영향 없어"

김효성 2022. 6. 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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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의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이 22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혼란스러운 (당의) 상황이 수습되고, 민주당 미래를 위한 비전과 과제가 활발히 논의될 수 있도록 저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적었다. 전 의원은 지난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8월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하면 저 역시도 피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출마선언을 했었는데 일주일 만에 돌연 뜻을 접은 것이다.

그는 ‘급선회’의 배경으로 이날 재선 의원들이 발표한 ‘이재명 불출마’ 공동입장문을 들었다. 그는 “(대선과 지방선거의) 후보 당사자를 포함한 일부 의원의 불출마를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민주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한 진정성으로 이해하고 그 취지에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후보’, 즉 이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기 위해선 자신의 불출마가 필요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오늘도 지방선거에서 몇백표 차이로 떨어진 분들이 울분을 토하는 것을 들었다”며 “그런데 선거 패배 책임론의 대상인 분(이 의원)이 전당대회를 나온다니 ‘이건 아니지 않나’는 생각이 든 상황에서 재선 의원들이 (이재명 불출마) 뜻을 모았으니 ‘제가 먼저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패배 책임자를 출마시켜 (당을) 혼란에 빠지게 하지 말자는 것에 (내 불출마의) 강조점이 있다. 당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고도 말했다.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1시간여 전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공동 입장문을 냈다. 사실상 대선에선 후보로, 지방선거에선 총괄선대위원장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로 뛴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계파정치 청산 ▶새로운 리더십 확립도 요구했다. 재선 송갑석 의원은 브리핑에서 “재선 의원은 총 48명인데 그중 34명의 동의를 얻었다. 재선 그룹 대다수의 의견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으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에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물밑작업을 하던 이 의원 측은 다소 난처한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은 최근 김두관 의원을 만나 “내가 전당대회에 나가면 앞장서서 세게 도와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정성호 의원은 최근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현재 경선룰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전달했다.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룰 세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 자체가 출마 의지가 있는 것”(친문 인사)이란 말이 나온다. 나아가 이 의원 측에서는 “경선룰 세팅이 끝나는 7월 12일 직후 이 의원이 출마선언을 할 것”(측근 인사)이란 말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이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은 분명하다. 익명을 원한 친문재인계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더 높아졌지만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당을 ‘방패막이’ 삼는다는 비판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권의 초선 의원도 “전 의원 불출마로 세대교체론에 불이 붙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에 국민들은 ‘민주당은 역시 하나도 안 변했다’고 느낄 것”이라며 “그러면 이 의원의 차기 대선 가도에 악영향이 있지 않겠나. 이 의원도 그걸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 그룹 밖에서도 ‘이재명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이인영계에 속한 최종윤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혁신도 통합도 미래도 아니다. 주저 없이 불출마를 결단하라”고 적었다. 당 내에선 “23~24일 당 워크숍에서 세대교체론이 주요 토론 주제로 자리잡을 것”(송갑석 의원)이란 말도 나온다.

민주당 70년대생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강병원(왼쪽부터),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전재수 의원. 중앙포토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최대한 선을 긋고 있다. 친이재명계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 출마여부는 정치인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전 의원의 불출마는 이 의원의 출마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재선 그룹의 ‘이재명 불출마’ 주장도 억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별 반응이 없는 이 의원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자신을 보좌한 측근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을 의원실 보좌관으로 등록했다.

만약 전 의원의 불출마가 홍영표, 이인영 의원 등의 연쇄 불출마로 이어질 경우 ‘70년대생으로의 세대교체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재선 그룹에선 강병원(51), 강훈식(49), 박용진(51), 박주민(49), 전재수(51) 의원 등이 차기 당권주자로 꼽힌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강훈식 의원은 초·재선 그룹에서 30명가량 지지의원을 모았다. 강병원 의원은 전 의원 불출마의 반대급부를 얻을 수도 있다”며 “이 의원과의 1대1 구도를 만드는게 재선 그룹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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