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방송출연' 부정적 시선에 박세리가 한 말
[이준목 기자]
▲ E채널 <노는 언니2>의 한 장면. |
ⓒ E채널 |
"선수들은 절대 본분을 잃지 않는다. 더 이상을 하려고 하지, 이하는 안 한다. 무엇을 하려고 하든, 일단 할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잃지 않기에 가능한 거다. 내가 자신있고 당당하고 최선을 다했으면 그걸로 된 것."
'골프여제' 박세리가 운동선수들을 향한 세상의 편견에 대하여 선수들의 고충과 심경을 대변하는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6월 21일 방송된 E채널 예능 프로그램 <노는 언니2> 42회는 '골프신과 함께' 특집으로 박세리, 정유인, 이상화, 한유미, 김성연에 펜싱 선수 구본길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3대 3 골프 팀대결을 펼쳤다.
맏언니 박세리가 모처럼 '본캐'로 돌아온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골프복을 갖춰입고 직접 골프카트를 몰고 등장한 박세리는 홈그라운드에서 평소 털털한 맏언니의 모습과는 또다른 레전드의 포스를 뿜어내며 동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본캐'로 돌아온 박세리
멤버들은 실력차를 고려하여 세리팀(박세리, 정유인, 김성연)과 본순팀(구본길, 한유미, 이상화)으로 나뉘었다. 골프 초보인 김성연과 이상화가 각 팀의 최약체로 거론됐다.
본게임 전에 베네핏을 걸린 미니게임 4연전에서, 골프채로 공줍기-골프채로 공 오래 튕기기 대결에서는 모두 세리팀이 승리하며 '공 원하는 곳으로 옮기기', '타수 적용없이 한번 더 치기' 찬스를 획득했다. 세 번째 장타 대결에서는 본순팀이 승리하며 '방금 친 샷 무르기' 찬스를 얻었다. 마지막 롱퍼팅 챌린지에서는 다시 세리팀의 승리로 '1홀 동안 상대팀 골프채 지정하기' 찬스를 획득했다. 박세리는 골프샷으로 물수제비쇼를 선보이며 동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세리팀이 '승부욕의 화신' 박세리를 중심으로 진지하게 경기 전략을 구상했던 반면, 본순팀은 수다가 멈추지 않는 입골프에다가 이동중에도 멈추지않는 간식-셀카 타임까지 '명랑골프'의 전형으로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자아냈다.
▲ E채널 <노는 언니2>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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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게임인 홀인원 챌린지에서는 본순팀이 승리하며 -1타를 획득하여 2타 차이로 격차를 좁혔다. 처음엔 마냥 명랑하던 본순팀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본격 승부모드에 빠져들었다. 한유미는 "우린 재미로 하는 게 안 된다. 이겨야지 무슨 재미냐"며 어쩔 수 없는 운동선수들의 승부욕을 드러냈다.
이상화는 "나는 빨리 달리는 종목(스피드스케이팅)을 하다보니 걸어다니는 골프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인 홀만 한다"라고 고백했다. 구본길은 "저도 펜싱말고는 원래 몸쓰는 운동을 싫어했다. 그런데 골프는 중간중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걷는 재미가 있더라"며 골프의 매력에 빠진 이유를 밝혔다.
2번째 홀에서는 정유인이 해저드를 범한 틈을 타 한유미의 선전으로 추격에 나섰다. 세리팀은 타수 적용없이 한 번 더 치기 찬스를 활용했다. 박세리는 또다시 해저드에 빠진 공을 완벽하게 어프로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동생들의 감탄과 환호에도 정작 박세리는 아쉬운 기색을 드러내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한유미는 "언니는 저 정도에 만족을 안 한다", 이상화는 "역시 세리팍이다. 우리랑 다르다"며 평소와는 또다른 박세리의 본캐미를 실감하고 신기해했다. 세리팀과 본순팀은 보기로 2홀 PAR3를 마무리했다.
3번째 홀에서 세리팀은 '상대팀에게 1홀 동안 골프채 지정하기' 찬스를 사용했다. 딱 한 번만 채를 바꿀 수 있는 줄 잘못 이해하고 실수한 척해서 멀리건을 사용해서 세리팀 찬스를 무력화하려고 했던 본순팀은 크게 당황했다. 구본길과 한유미는 자존심을 버리고 무릎까지 꿇으며 선처를 호소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박세리는 경기중에도 수다를 멈추지 않는 구본길에 질린 나머지 "찬스권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저 입을 봉했을 것"이라고 디스했고, 구본길은 "그 찬스가 없어서 다행이다. 그랬으면 못참았을 것"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3홀 PAR4의 세 번째 샷에 등판한 이상화는 시원한 헛스윙을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냈다. 다급해진 본순팀은 공을 안 건드렸다며 통사정한 끝에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빗맞아서 공이 옆으로 빠지는 사고를 저질렀다.
본순팀이 벙커, 세리팀이 해저드에 빠진 가운데 팀의 에이스인 박세리와 구본길이 해결사로 나서서 각각 어프로치에 성공했다. 세리팀은 김성연에 이어 정유인이 마지막 퍼팅을 성공시키며 7-6, 1타 차이로 본순팀을 제치고 우승을 확정했다.
▲ E채널 <노는 언니2>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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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은 숙소로 돌아와 먹방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골프 입문 1주일차인 김성연은 전날 한유미의 골프 선생님으로부터 특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김성연은 "어제 유미 언니와 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성공한 CEO의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언니한테 맨날 이렇게 사냐고 물어봤다"고 너스레를 떨며 한유미를 당황하게 했다.
박세리는 은퇴하고 나서 의외로 필드를 거의 나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골프와 멀어져서 휴식중이라는 박세리는 그 이유로 "아직 선수시절의 박세리를 내려놓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박세리는 "이제 선수가 아니고 연습도 안 하니까 당연히 정확성이 떨어진다. 나가자마자 내가 티에 딱 서는 순간 보이는 길이 있다. 그걸 쳐야하는데 안 되면 화가 난다. 골프의 재미보다는 자꾸 직업적으로 보게 되는 거다"라며 아직도 어쩔 수 없는 승부사의 본능을 드러냈다.
함께 경기를 해본 동생들은 박세리의 완벽한 어프로치에 감탄했지만, 정작 박세리는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박세리는 "선수들은 자신들의 기대치가 있으니까. 미세한 차이를 스스로 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아도 '아, 저거보다는 잘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라고 밝혔다.
구본길은 펜싱과 골프의 차이를 언급하며 "펜싱은 상대와 경쟁해야 하는 스포츠다. 남탓, 심판탓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골프는 거짓말을 안 한다. 오로지 자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게 너무 좋더라"고 골프의 매력에 빠진 이유를 밝혔다.
박세리는 공감하며 "그래서 골프가 멘탈 스포츠다. 엄청 외로운데 그만큼 멘탈로는 가장 강한 스포츠다. 혼자 자연하고 모든 걸 다 겪고 싸워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본길은 펜싱 선수들이 멘탈 훈련을 골프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한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구본길은 "골프에서 티샷을 안전하게 치려고 하면 그게 또 안 된다. 펜싱도 마찬가지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세리는 "스포츠를 공격형과 방어형으로 나누면, 공격형이 위험하지만 그만큼 승률이 높다"면서 본인도 공격형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한유미는 "골프는 매 홀마다 감정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더라"고 이야기하자, 박세리는 "18홀 내내 중립(평정심)을 지키는 게 너무 힘들다. 내가 다스려야하는데 실수를 하면 화가 너무 난다. 사람이라서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러면 바로 다음 홀에서 또 비슷한 상황이 돌아온다"라며 멘탈스포츠로써 골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때마다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박세리는 포커페이스로 감정을 숨기는 쪽에 가까웠다고.
▲ E채널 <노는 언니2>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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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구본길의 활약상이 화제로 떠올랐다. 구본길은 최근 이탈리아 파도바 펜싱 국제 그랑프리 사브르 개인전에서 2년 만의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했다는 본업 근황을 수줍게 자랑했다.
박세리는 "신기하더라. 방송도 나오고 딴 걸 많이 하다가 대회 나가서 본업도 또 잘하니까"라고 구본길을 칭찬했다. 한유미는 "'아, 너 현역이었지' 하고 맨날 물어본다"고 밝히자, 박세리는 농반진반으로"은퇴한 줄 알았다. 왜냐면 은퇴할 것처럼 행동을 하니까"라며 맞장구를 쳤다.
구본길은 "제가 잘하는 건 펜싱밖에 없으니까"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세리는 "그만큼 좋아하니까 하는 거고,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게 맞다. 즐기면서 하니까 여전히 오래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격려했다. 구본길은 "어렸을 때 펜싱만 보고 했는데 지금은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제가 지금 34살인데 전 세계에서 나보다 나이 많은 펜싱선수가 5명밖에 없다. 노장이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놓고 싶지가 않다"고 고백했다.
박세리는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그런데 너무 얽매여서 할 건 아니다. 왜냐하면 후배들이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올라오기 때문에. 선배는 길을 잘 닦아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은퇴 후에는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은퇴 선배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전했다.
<노는 브로> 등 여러 방송에 출연했던 구본길은, 운동선수의 방송출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고민할 때 선배 박세리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현역 운동선수가 방송에 나오면, 펜싱계나 주변에서 분명히 안 좋은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세리 누나가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어떻게 보면 네가 방송에 나오는 게 펜싱을 더 알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박세리는 "선수들은 (방송에 출연한다고) 자신의 본분이나 신념을 잃지 않는다"며 운동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한유미는 "안 해본 사람들은 편견이나 오해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세리는 단호하게 "내가 이때까지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거니까. 누구 때문에 신경을 쓰면서 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대신 그만큼 보여줘야하고 내가 해야할 건 확실히 해야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공감한 구본길은 "저도 2년 만에 금메달을 딴 덕분에, 이 자리에 당당하게 올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누구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당당할 수 있었던 레전드들, 그리고 그 길을 먼저 걸어봤기에 누구보다 후배들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었던 박세리의 조언은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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