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돌아온 흥국생명, 다시 날 수 있을까

양형석 2022. 6. 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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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1일 흥국생명과 1년 총액 7억 원 계약한 김연경, 시즌 종료 후 FA자격 취득

[양형석 기자]

'배구여제' 김연경이 1년 만에 V리그 복귀를 결정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리그 계약과 V리그 복귀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연경과 1년 총액 7억 원(연봉 4.5억+옵션 2.5억)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0-2021 시즌 11년 만에 V리그로 복귀했다가 한 시즌 만에 다시 중국리그로 떠나면서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김연경은 한 시즌 만에 V리그 컴백을 선택했다. 

흥국생명과의 계약을 마친 김연경은 "새로 이전한 홈구장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국내 팬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며 "팀 동료들과 함께 잘 준비해 팬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배구를 하고 싶다. 배구팬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 드린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2020-2021 시즌까지 V리그에서 5시즌 동안 활약한 김연경은 2022-2023 시즌이 끝나면 국내외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복귀하면서 흥국생명은 단숨에 2022-2023 시즌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 유무에 따라 달라진 흥국생명의 성적

김연경은 중국에서 시즌을 마친 후 유럽과 미국 등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을 만큼 세계적인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1부리그의 몬자 구단은 김연경에게 10억 원이 넘는 몸값을 제시할 정도로 적극적인 구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20대 시절에 비하면 폭발력이 다소 둔화됐지만 수준급의 공격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뛰어난 수비까지 겸비한 윙스파이커는 여전히 세계무대에서도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프로 입단과 동시에 15년 넘게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었던 김연경도 어느덧 30대 중반의 노장 선수가 됐다. 게다가 김연경은 흥국생명으로 복귀하기 전 11년의 해외 생활 중 8년을 터키에서 보냈다. 터키에서의 생활은 누구보다 익숙하지만 이탈리아 리그에서는 또 다른 적응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편안하게 배구를 즐기기 위해 국가대표도 내려 놓은 김연경의 이탈리아행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결국 김연경은 V리그 복귀를 선택했다.

사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11년 만에 복귀했던 2020-2021 시즌에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시즌 막판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사건에 휘말리면서 팀을 이탈했고 루시아 프레스코의 대체 외국인 선수였던 브루나 모라이스의 기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이 많은 악재를 극복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흥국생명에 김연경이라는 '절대 에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이어진 2021-2022 시즌 김연경의 '난 자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중국리그로 진출한 김연경과 그리스리그로 떠난 쌍둥이자매, 은퇴한 김세영까지 주전 4명이 한꺼번에 바뀐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33경기에서 10승23패를 기록하며 7개 구단 중에서 6위에 머물렀다. 최하위가 작년 9월에 창단한 신생구단 페퍼저축은행(3승28패)이었으니 사실상 꼴찌나 다름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다솔 세터와 재계약했을 뿐 적극적인 전력보강을 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선수등록 마감일(6월30일)이 다가오면서 배구팬들은 점점 초조해 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흥국생명은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선수등록 마감을 열흘 앞둔 21일 김연경과 1년 총액 7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어떤 FA보다 가치 있는 여자부의 '최대어'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새 시즌 옐레나와 쌍포 구축해 우승 도전
 
 지난 시즌 득점 5위에 올랐던 옐레나는 새 시즌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쌍포로 활약할 예정이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이 가세하면서 흥국생명의 전력이 지난 시즌에 비해 강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풍부한 해외리그 생활과 작년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김연경의 리더십은 김다은과 정윤주, 박현주 등 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4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난 시즌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하며 득점(672점)과 공격(39.44%) 부문에서 나란히 5위에 올랐던 196cm의 장신 공격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를 지명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192cm의 김연경과 함께 190cm가 넘는 날개 공격수 2명을 거느린 유일한 팀이 됐다. 김연경과 옐레나, 그리고 지난 시즌 블로킹 3위(세트당 0.72개) 이주아를 보유한 흥국생명의 높이는 지난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됐다.

물론 김연경이 가세했다고 해서 지난 시즌 6위였던 흥국생명이 단숨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GS칼텍스 KIXX 등 기존의 강 팀들을 위협할 새로운 우승후보로 떠오를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지난 시즌처럼 확실한 주전 세터를 만들지 못하고 박혜진 세터와 김다솔 세터가 컨디션에 따라 경기에 나눠서 출전한다면 흥국생명은 시즌 내내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2020년 출산을 위해 은퇴를 선언했다가 작년 '엄마 리베로'로 현역에 복귀한 김해란 리베로는 지난 시즌 무릎부상에 시달리며 1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다만 출전했던 경기에서는 세트당 5.78개의 디그를 기록할 만큼 건재한 순발력을 보여준 바 있다. 만약 김해란 리베로가 노익장을 발휘해 다음 시즌 주전 리베로로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면 흥국생명은 더욱 다이나믹한 수비를 선보일 것이다.

김연경은 2022-2023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어쩌면 '배구여제'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빌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김연경이 흥국생명에서 활약한 지난 다섯 시즌 동안 흥국생명은 우승 3회와 준우승 2회를 차지하며 V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돌아온 2022-2023 시즌 역시 흥국생명의 목표가 챔프전 우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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