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IS] '헤어질 결심' 박찬욱 표 리드미컬함의 절정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세상이 있다. 무엇이든 설명되는 명쾌한 세상과 뭐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 모호한 세상. 예컨대 누군가 “95%의 확률로 이게 정답이야”라고 말할 때 남은 5%에 정답이 있을 확률을 더듬는 사람.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미결 사건으로 집의 한쪽 벽면을 채우고 사는 그에게 미궁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삶 그 자체다. 아내 정안(이정현 분)의 말에 따르면 해준은 “살인과 폭력이 있는 세상에서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 날 남편과 사별한 서래(탕웨이 분)가 나타난다. 남편이 산에 갔다 죽었는데도 놀라지 않았다는 여자. 모든 정황이 서래를 용의자로 지목하도록 하는데도 왠지 결백을 믿고 싶게 만드는 서래에게해준은 호기심을 느끼고 종래에는 형사로서 수사 대상에게 가져선 안 될 감정까지 품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이 둘의 감정과 관계, 사건의 전말을 아리송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영화 후반부에 이를 때까지도 마치 자욱하게 안개가 낀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해준과 함께 미스터리한 퍼즐을 풀게 된다. 각종 단서와 복선을 남기면서도 끝까지 관객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력은 ‘75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결과를 절로 납득하게 한다.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나오지 않지만 영화의 큰 줄기는 로맨스다. 박찬욱 감독은 특유의 개성 있는 음악 사용과 리드미컬한 연출로 ‘헤어질 결심’을 ‘로맨스 이야기’가 아닌 ‘로맨스 사건’으로 만들어낸다. 때문에 계속해서 미로를 헤쳐나가듯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밀물처럼 밀려오는 격정적인 감정의 파도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눈’(보는 것)이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 하는 것이 있고, 보았다고 해서 다 알게 되는 것도 아닌 기묘한 삶. 그리고 그런 미궁을 더듬어야만 비로소 살아 있을 수 있는 남자를 통해 ‘헤어질 결심’은 좀처럼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는 어떠한 정서적 지점을 아릿하게 자극한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138분.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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