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동철 칼럼] 서울시 브랜드 꼭 바꿔야 하나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오세훈
시장 지시로 교체 추진 움직임
많은 예산 필요하고 갈등 부를
사안인데 합당한 이유·공감대
없이 밀어붙였다간 시장 바뀌면
또 변경되는 악순환 부를 우려
기정 사실화해 서두르지 말고
시민·외국인들 대상으로 의견
충실히 수렴하는 절차 밟기를
‘I·SEOUL·U’는 서울시의 공식 브랜드다.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5년 10일 시민 공모와 시민·전문가 심사단 평가를 통해 선정한 후 이듬해 6월 서울시 상징물 조례를 개정해 도시 브랜드로 활용해 오고 있다. 서울시 누리집이나 공문서, 시 공무원 명함, 게시판, 관용 시설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서울광장, 여의도 한강공원, 월드컵공원, 서울대공원 등 명소 20여 곳에는 조형물이 설치돼 관광객이나 시민들의 사진 촬영 배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I·SEOUL·U(아이·서울·유)는 로고 밑에 쓰인 설명처럼 ‘너와 나의 서울’을 뜻한다고 한다. 나(I)와 너(U·you)가 공존하며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열정 도시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선정 당시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무슨 뜻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문법에 맞지 않는다, 비용을 들여서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등이었다.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2002년 이명박 시장 때 처음 만든 ‘Hi Seoul(하이 서울)’과 후임 오세훈 시장이 2006년 로고 밑에 ‘Soul of Asia(소울 오브 아시아)’를 추가한 브랜드에 호감을 가졌던 이들의 반발이 컸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I·SEOUL·U는 시민과 전문가들의 압도적 지지로 선정됐다. 공모전에 응모한 1만6000여건 가운데 압축된 3개 안에 대한 최종 투표에서 59.8%의 지지를 받았다. 디자인 전문가 9명 모두 손을 들어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I·SEOUL·U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 두는 개방형 브랜드여서 확장성이 크다는 해석에 심사단이 공감했다고 한다. 실제로 ‘SEOUL’이란 글자가 다양한 문구와 이미지들로 변형되면서 브랜드는 풍성하게 변주되고 있다. 서울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나 호감도는 점점 개선됐다. 서울시가 2020년 9~11월 시민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I·SEOUL·U에 대한 인지도는 88.3%, 호감도는 75.1%였다. 2016년 인지도 63.0%, 호감도 52.8%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그런데 서울시가 오 시장의 지시로 새 브랜드 교체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오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4선에 성공한 후 내년 1월을 목표로 교체 움직임을 구체화해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5월 보궐선거로 취임하고 한 달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브랜드라는 것은 잘 만들어졌든 조금 부족하든 계속해서 사용할 때 그 가치가 점점 더 쌓이는 측면이 있다”며 “후임자 입장에서는 존중하고 가급적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었다. 그사이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오 시장의 교체 의지가 강한 것 같은데 합당한 이유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문법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지만 브랜드를 굳이 그 틀에 가둘 필요가 있을까. 보라의 ‘보라’와 권유형 어미인 ‘해’를 결합한 ‘보라해’는 어법에 맞지 않지만 방탄소년단(BTS) 팬들에게는 ‘상대방을 믿고 서로 사랑하자’는 말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민간조사기관 더폴의 지난해 4월 조사에서 I·SEOUL·U가 서울시 브랜드로 어울린다는 응답이 어울리지 않는다의 거의 두 배였다. 디자인이 아마추어 같다고도 하는데 이 브랜드는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 유명 디자인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도시 브랜드는 그 도시의 정체성과 가치를 압축해 표현하는 무형자산이다. 좋은 브랜드는 그 도시에 대한 호감을 높여 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뉴욕시의 ‘I♥NY’, 암스테르담시의 ‘I amsterdam’이 그러한데 이들도 처음에는 부정적 여론에 부딪혔지만 오랜 시간 스토리를 덧씌우고 홍보한 결과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드 교체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기 마련이다. 타당한 이유나 공감대 없이 교체를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는 브랜드 교체를 기정사실화해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검토하길 바란다. 시민은 물론 다양한 문화권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효과, 교체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을 충실히 밟아야 한다. 이를 생략하고 교체했다가는 후임 시장 누군가가 또 자신의 입맛에 맞게 브랜드를 변경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행정력과 세금 낭비도 문제이거니와 서울시의 꼴은 또 얼마나 우스워지겠는가.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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