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리호 발사 성공, 우주로 가는 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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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목표 궤도 안착, 세계 7대 우주강국 합류
2031년 달 착륙 목표…산업 생태계 육성 시급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어제 오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구 상공 700㎞ 궤도에 성능검증위성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이로써 한국 땅에서 한국형 발사체로 우주로 가는 길이 열렸다. 1~2단 로켓의 점화와 분리, 3단 로켓에서 위성의 분리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누리호에서 분리된 위성은 남극 세종기지와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설계에서 제작·시험·발사까지 독자 기술로 이뤄낸 첫 우주발사체의 성과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 최종 단계에서 위성을 목표 지점에 올려놓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어냈다.
한국은 자력으로 실용 위성을 실어 우주로 올린 세계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우주 강국이 되려면 ▶발사체를 자력으로 개발해 ▶상시 발사할 능력을 보유하고 ▶위성이 보내온 정보를 활용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우주 강국의 핵심 요소인 우주발사체를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2013년에는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가장 중요한 기술인 1단 로켓 엔진은 러시아에 의존해야 했다. 이번 누리호의 성공이 우주 강국을 향한 여정에서 중대한 이정표가 되는 이유다.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길을 왔지만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당면 과제는 ▶한국형 발사체의 성능을 향상하고 ▶반복적인 발사 성공으로 국내 우주산업의 역량을 높이는 일이다. 과기정통부는 2027년까지 네 차례의 추가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약 2조원이 들어가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도 진행 중이다. 2031년에는 차세대 발사체를 이용해 달 착륙선을 보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1세기 우주 개발에선 산업적 측면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강대국이 정치·군사적 목적으로 우주 개발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민간 중심의 우주 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우주 개발은 방송·통신 산업과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 전반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세계 각국이 우주 개발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다. 글로벌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530조원으로 이미 반도체 시장을 능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누리호의 성공으로 국내에서도 우주산업 생태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 이번 누리호 개발에는 300곳이 넘는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발사체 기술의 민간 이전과 공동연구를 통해 우주 개발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미 미국에선 스페이스X 등 민간기업의 우주 개발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의 성공 사례처럼 우주 개발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기술과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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