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수영괴물' 황선우, 박태환 이미 넘었다
‘수영 괴물’ 황선우(19·강원도청)가 한 뼘 더 자랐다. 한국 수영 자유형 200m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기록도 한 번 더 갈아치웠다.
황선우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47을 기록해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1분43초21)에 이어 2위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은메달을 따낸 황선우는 한국 경영 선수로는 박태환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올랐다. 박태환은 지난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과 200m 동메달,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400m 금메달을 따냈다.
황선우가 11년 만에 그 명맥을 이었다. 황선우는 또 박태환, 쑨양(중국), 마쓰모토 가쓰히로(일본)에 이어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메달을 따낸 네 번째 아시아 선수가 됐다. 주 종목인 200m 성적만으로는 동메달을 땄던 박태환을 능가한다.
황선우는 자신의 200m 최고 기록을 1년도 안 돼 0.15초 단축했다. 그는 지난해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한국 기록이자 당시 주니어 세계 기록인 1분44초62에 물살을 갈랐다. 그 후 롱코스(50m) 공식 경기에서 1분44초대에 진입한 적이 없다. 올 시즌 최고 기록도 지난 3월 김천 실내수영장에서 찍은 1분45초79였다. 그런데도 황선우는 세계선수권 출발을 앞두고 “지금 페이스가 좋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예감은 가장 중요한 결선에서 현실이 됐다.
2003년생인 황선우는 도쿄올림픽 전까지 국제 대회 경험이 거의 없었다. 첫 세계선수권이었던 2019년 광주 대회에서도 단체전인 400m 계영에만 출전했다. 도쿄올림픽이 사실상 메이저 국제 대회 개인전 데뷔 무대였다. 그런데 도쿄올림픽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기록(47초56)을 경신한 데 이어 결선에서 5위에 올라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을 냈다. 200m 결선에선 150m 지점까지 1위로 레이스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황선우는 그 후 쇼트코스(25m) 국제 대회에 나서면서 경기 감각을 키워나갔다. 쇼트코스 대회는 올림픽 규격인 롱코스의 절반 길이 경기장에서 열리기 때문에 세계 정상급 선수는 대부분 출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전 경험이 필요한 황선우에게는 효과적인 기회였다. 롱코스 경기보다 턴이 잦은 점도 오히려 턴 동작 전후의 기술을 점검할 기회가 됐다. 지난해 10월 쇼트코스 월드컵 3차 대회 자유형 200m에서 우승한 그는 12월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레이스 운영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에서 오버페이스를 하다 레이스 후반 힘이 떨어졌다. 세계선수권에선 그 반대였다. 결선 100m 지점까지 4위를 유지하다 150m 지점에서 3위로 올라섰다. 이어 마지막 50m 구간에서 스퍼트를 하면서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톰 딘(영국·1분44초98)을 제치고 2위로 골인했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 경험을 토대로 이번 대회에선 후반에 스퍼트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 덕분에 세계선수권 첫 개인전에서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황선우는 이제 도쿄올림픽 당시 유망주에서 세계 수영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는 8개의 결선 레인 사이에서 당당히 가운데(3번) 자리를 꿰차고 레이스를 펼치는 톱 랭커가 됐다. 2년 뒤 파리에서, 또 한 번 한국의 수영 선수가 올림픽 포디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황선우보다 한 살 어린 18세 ‘수영 신동’ 포포비치와의 라이벌 대결도 관심을 끈다. 포포비치는 준결선에서 황선우가 갖고 있던 주니어 세계 기록을 1분44초40으로 단축하면서 1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는 그 기록을 다시 1분43초21까지 당기면서 황선우보다 1초26 빠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포포비치의 이날 기록은 전신 수영복 착용이 금지된 2009년 5월 이후로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야닉 아넬(프랑스·1분43초14)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황선우는 “나이가 비슷한 포포비치가 이번에 1분43초대의 좋은 기록을 세웠다”며 “나도 열심히 훈련해서 1분43초대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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