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리포트] 숲이 경쟁력이다.. 회색 산업도시서 녹색 생태도시로

안창한 2022. 6. 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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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그린웨이 프로젝트' 성과
경북 포항의 철길숲 전경.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가 추진 중인 도시숲 조성 사업이 시민 휴식공간 제공, 온실가스 저감, 도심 경관 개선 등 다양한 부가 효과를 거두면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도시숲의 가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도시숲은 일반 도심보다 미세먼지 농도를 30% 정도 낮춰준다. 또 도시숲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의 우울증상 위험도가 적은 지역 사람보다 평균 18% 정도 낮아 ‘코로나 블루’ 등 정신적으로 힘든 현대 시민들의 시민 건강 증진에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축구장 66개 규모 그린웨이 프로젝트

시는 도시숲 조성을 통해 철강 산업 중심의 회색 산업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녹색 생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1년 말까지 6년간 축구장 66개 규모인 47만여㎡의 도시숲과 녹지 공간을 새로 조성했다. 같은 기간 시민 참여를 통해 1237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도시를 울창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그린웨이 프로젝트는 사람과 도시, 생태와 문화, 산업경제가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돼 지속가능한 생태문화도시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도심과 해양, 산림이 어우러진 포항의 특성을 살려 센트럴·오션·에코 그린웨이의 3대축 권역에 대해 다양한 세부 사업을 부서 협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항 철길숲을 비롯해 해도 도시숲, 송도 솔밭도시숲 등 도시숲과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오어지 둘레길 등 둘레길, 비학산 휴양림, 운제산 삼림욕장 등 산림휴양공간을 늘려가고 있다.

북구 기계면 현내리 기계서숲에 조성된 둘레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철길숲에는 106종 21만 그루에 이르는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었고, 조성과정에서 분출된 천연가스에 불을 붙여 불의 정원으로 조성했다. 포항시 제공


철길숲은 옛 동해남부선 폐철길(12만여㎡)을 활용해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서 남구 효자동까지 6.6㎞ 구간에 2019년 5월 완공됐다. 106종, 21만 그루에 이르는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고 음악분수·유아놀이숲 등을 곳곳에 만들어 휴식, 여가공간으로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시 자체 조사 결과 하루 평균 3만명이 이용하며 걷는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근에는 6년간 건물 79곳이 신축됐고 이중 76%가 상업용 시설로 기존 낙후됐던 철로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자발적 도시재생이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도도시숲은 철강공단과 가까운 도심에 위치해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해도근린공원 잔디밭 8만4000여㎡에 각종 나무와 꽃 35종 9만6000여그루를 심어 철강공단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근로자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포항 도시숲 돈까지 번다

포항 도시숲은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는 ‘2050 탄소중립’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시민 휴식 공간 확보와 더불어 ‘돈까지 버는 숲’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철길숲은 올해 4월 국가 배출량 인증위원회 심의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외부사업’으로 최종 승인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승인된 해도도시숲에 이은 포항시 도시숲의 두 번째 승인이다.

온실가스 배출 거래권 획득으로 철길숲이 약 4200만원, 해도도시숲은 약 2700만원 등 6900여만원의 수익을 얻게 됐다. 현재 배출 거래가(1t당 3만5000원)를 기준으로 두 숲이 각각 연간 40t과 26t씩 향후 30년간 1200t과 780t, 총 2000t의 탄소흡수량을 인증받은 것을 계산한 수익금이다.

철길숲 불의 공원에 설치한 증기기관차. 포항시 제공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연간 정해진 배출량을 할당하고 배출량 부족분 또는 초과분에 대한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며, 한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 이후 도입했다.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 거래권을 획득한 도시숲은 올해 4월까지 새만금 방풍림, 순천만국가정원 등 9곳 정도다. 시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2곳을 보유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확보하는 도시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시는 뱃머리마을 문화숲 등 배출권 거래 등록을 추가로 추진 중이며, 거래가 활성화되면 수익금은 앞으로 더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서도 인정받는 포항 도시숲

포항의 도시숲은 국내외 권위있는 녹색도시 분야 평가에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12건을 수상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철길숲은 동아시아 최초로 지난 4월 영국정부 산하 환경단체인 KBT에서 시행하는 그린 플래그 어워드에 최종 인증됐다.

그린플래그 인증제도는 1997년 영국의 재정위기로 녹지공간이 방치되는데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전문가들로부터 시작됐으며, 2008년부터는 영국 외 다른 국가로도 확장됐다.

이와 함께 시가 조성한 도시숲이 정부와 경북도의 각종 녹색도시 조성 및 환경 평가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포항의 친환경 녹색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탄소 중립을 선도하는 도시의 경쟁력 또한 인정받고 있다.

“시민 생활권 가까이 녹색 공간 더 늘릴 것”
이강덕 포항시장 인터뷰

“도시숲 확충을 핵심으로 하는 ‘그린웨이’를 지속 추진해 시민 생활권 가까이에 녹색 공간을 더 늘려가겠다.”


이강덕(사진) 경북 포항시장은 녹색 보행자 고속도로 구축과 도시 곳곳에 숲과 정원이 있는 ‘5분 녹색도시’ 완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포항시는 2016년부터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만든 도시숲 면적이 47만5720㎡ 축구장 66개에 달한다. 포항철길숲과 해도도시숲은 최근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에 등록되면서 탄소중립 선도도시 이미지 구축과 부가수익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시장은 “산업화시대 형성된 속도와 효율성 중심의 도시 구조를 여유와 쾌적성 중심의 미래형 녹색도시로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철강산업단지 주변에 탄소 흡수원 확보를 위해 대규모 도시숲을 계속 늘려 공장 굴뚝보다 숲과 나무를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을 대표하는 철길숲은 2019년 준공되면서 도심 한가운데에 긴 띠 형태의 녹지 축이 생겼다. 철길숲에서 10분 거리에는 포항시 인구의 40% 이상인 21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직장, 학교, 시장 등이 숲길로 연결된 ‘도심 권역 순환형 숲길네트워크’가 구축돼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해질 전망이다.

그는 “도시의 숲길을 따라 시민들이 걷거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운동과 휴식 등을 즐기면서 삶의 방식이 건강을 위한 걷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골목상권 활성화와 도시재생까지 촉진하는 철길숲을 ‘허리’ 삼아 도시의 핵심지역을 숲길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숲 연결과 생태하천 복원, 천혜의 바다 풍경을 즐길 해안둘레길 완성, 보행자 중심거리 조성 등 세부사업을 잘 마무리하겠다”며 “도시의 녹색 변화에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녹지를 활용한 인문학콘서트와 정원아카데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입혀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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