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앞두고 또 창업..윤석금 웅진 회장 "내년엔 터지겠지"

백일현 2022. 6. 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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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도 파주에 '웅진 역사관' 개관
"日 기업박물관서 영감..42년 자료 모아"
세계 1위 브리태니커사전 세일즈맨 출신
정수기·식품·화장품 확장해 재계 30위권
법정관리 딛고 본업 '교육출판'서 재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0일 경기도 파주 웅진씽크빅 사옥 내 웅진 역사관에서 그동안 모아온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지난 20일 오전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웅진씽크빅 사옥. 창립 42주년을 맞아 ‘웅진역사관’ 개관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1100㎡ 규모의 공간에 윤석금(77) 웅진그룹 회장이 브리태니커 세일즈맨이던 시절부터 1980년 창업 이후 만든 첫 어린이책 등 주요 출판물과 코리아나 화장품, 코웨이 정수기, 기업회생 스토리 등이 전시돼 있었다. 지난 1월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은 인터렉티브북도 보였다.

윤 회장은 역사관 개관에 맞춰 『나를 돌파하는 힘』도 출간했다. 리더십이나 워라밸, 이직 등 직장인들의 현실적 고민에 대해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이 묻고 윤 회장이 답하는 형식이다. 윤 회장에게서 역사관 건립과 신간 출간, 경영 청사진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012년 법정관리 사태를 겪은 이후 첫 언론 인터뷰다.

Q : 역사관은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A : “1985년 일본에서 100년 기업들이 운영하는 박물관 몇 군데를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창업 당시의 책상. 처음 만든 제품과 기계가 다 있는 거다. 창업 정신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웅진이 걸어온 길을 차곡차곡 모아왔다.”

Q : 새 책에선 신나게 일하는 기업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A : “웅진은 7~8명으로 시작했다.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다. 시키는 일 할 때보다는 자기가 아이디어를 냈을 때 신이 난다. 돈을 많이 줘도 신나지만 배울 게 있으면 신난다. 지금도 (임원들에게) 직원이 좋아하는 일, 바라는 일을 시키라고 말한다.”

Q : 웅진은 한때 재계 30위권까지 올랐지만, 사업을 확장하다가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A : “건설과 금융,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2년 새 2조원이 사라졌다. 그러다 사태가 악화한 것이다. ‘원래 내 돈이 아니었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선 피해자를 줄이려고 했다. 피해자가 많이 나오면 재기도 못 한다고 생각해서다. 잘 되는 회사인 코웨이를 팔았다. (코웨이 매각에 대해) 주위에서 나 보고 바보 같은 경영자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코웨이를 팔아 피해자를 줄였다.”

Q : 어떻게 재기했나.
A :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긍정적 사고다. 검찰 조사를 받는 중에 변호사가 ‘웅진은 앞으로 잘될 것이다’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조사를 받다가 쉬는 시간에 운동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거다. 정신력이 괜찮다는 얘기다. 변칙 탈세나 비자금 조성, 친인척 납품이나 부정 채용을 한 번도 지시한 적이 없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김현동 기자

Q : 청탁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A : “친인척이나 시골 어르신들이 이력서를 줄 때가 있는데 즉시 돌려준다. 처음엔 서운해하지만, 오히려 이력서를 갖고 갔는데 채용이 안 됐을 때가 더 서운하다. 하청이나 디자인 등과 관련한 청탁이 오면 ‘일단 후보 3순위 안에 들라’고 답한다.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Q : 1년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하지만 한때 5조원대이던 자산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후회하지 않나.
A : “당시 다른 재벌을 따라가려고 한 것이다. 재래식 사고방식이었다. 후회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머릿속에 넣고 있지는 않다. 시대에 따라 생각도 바뀌었다.”

Q : 2019년 코웨이를 가져왔으나 재매각했는데.
A : “코웨이에 대해선 미련을 갖고 있었다. 렌털 사업을 최초로 했고, 세계에 진출했다. 이젠 (재인수 생각을) 버렸다. 더 좋은 미래인 씽크빅이 있어서다. 씽크빅이 앞으로 세계적 기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은 지식에 계속 목말라 하는데 지식을 공급하는 회사라서다. 이제 스마트폰 안에 지식이 모두 담기는 시대다. 현재 관련 연구진만 200명이 넘고, 계속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앞으로 인수합병(M&A)을 하더라도 지식사업 관련한 M&A를 하려고 한다.”

21일 열린 '웅진 역사관' 개관 행사에서 윤석금 회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사진 웅진씽크빅]

Q : 후계 구도에 대한 구상은.
A :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들 둘에게) ‘너희가 사회적으로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윤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내가 얼마 전 새로 창업을 했는데 잘 될 거다”며 웃었다. ‘휴캄’이라는 비건 화장품 회사다. 윤 회장은 “내년에 안 터지면, 내후년에 터질 거다. 난 늘 긍정적이다”며 더 크게 웃었다.

☞윤석금 회장=27살 때 브리태니커사전 영업을 시작해 전 세계 세일즈맨 중 1위를 차지했다. 직원 7명과 함께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씽크빅)을 창업하고, 식품·정수기·화장품 등으로 확장해 자산 5조원대 기업을 일궜다. 극동건설 인수와 태양광사업 투자 실패로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코웨이 매각 등으로 회생했다. 지난해 기준 교육플랫폼·출판유통 등에서 15개 계열사를 두고, 자산 1조9000억원, 매출 1조900억원을 기록했다.

파주=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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