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주는 내수주? 이젠 수출주! 우주 정책 수혜도 방긋

김기진 2022. 6. 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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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주식’으로 알려졌던 방산주가 달라졌다. 수출 소식이 이어지고 우주 등 신사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 R&D센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방산주가 달라졌다. 그간 방위 산업 관련 종목은 ‘재미없는’ 주식으로 통했다. 주로 정부(방위사업청)를 상대로 사업을 하다 보니 실적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지는 못했다. 국방예산이 얼마인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어느 정도 수주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실적이 좌우돼 내수주라는 꼬리표도 늘 따라붙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출 소식이 이어지고 주요 방산 업체가 우주 등 신사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장기화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잇따른 북한 미사일 도발도 방산주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글로벌 시장 러브콜 받는 K방산

▷지난해 수출액 70억달러 돌파

지난해 우리나라 방산 수출 실적은 70억달러를 넘어섰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무기 수출액이 처음으로 수입액을 웃돌았다. 지난 수년간 수출액이 10억~30억달러대에 머물며 정체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 계약 체결 소식이 이어진다. 1월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II’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35억달러. 약 4조원이 넘는 금액으로 국산 단일무기 계약건으로는 가장 크다.

2월에는 한화디펜스가 이집트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공급하는 ‘K9 패키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이슈가 됐다. 계약 금액은 2조원이다. 3월에는 한화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로부터 약 1조원 규모 방산 수출 계약을 따냈다.

이 밖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말레이시아, 콜롬비아와 경공격기 FA-50 수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역시 폴란드, 노르웨이와 K-2 전차 수출을 협의 중이다. 한화디펜스는 차세대 장갑차 레드백의 호주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방상호조달협정(RDP)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RDP는 미국 국방부가 동맹국, 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취지를 담은 협정으로 ‘국방 분야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불린다. 방산 업계 안팎에서는 한미 RDP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산 전차와 장갑차, 미사일을 두고 호평이 이어진다. 국방예산 증액을 추진 중인 북미와 유럽, 동남아, 중동 등으로부터 추가 수출 계약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올해 우리나라 방산 수출 실적이 100억달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2013~2016년 수출이 증가하면서 방산 업체 실적과 주가가 강세를 보인 적이 있다. 올해 국내 방산 기업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항공우주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방산 업체에 희소식이다. 정부는 항공우주청 설립을 약속하는 등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방산주 목표가 올리는 증권가

▷KAI·LIG넥스원 등 관심 모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자 증권가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방산주 목표주가를 올리는 추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항공기와 우주선, 위성체, 발사체와 부품을 설계, 제조, 판매, 정비하는 기업이다. 올해 초 3만1000~3만3000원대에서 거래되다 6월 중순 5만8000원대까지 급등했다. 이후 6월 16일 종가 기준 5만4900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연초 이후 상승률이 무려 66.9%나 된다.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폴란드와 수출을 논의 중이라는 점과 최근 미국 록히드마틴과 협력을 약속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6월 9일 록히드마틴과 협력합의서(Teaming Agree ment)에 서명하고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양 사는 T-50 고등훈련기 계열 기체를 1000대 이상 판매하도록 힘을 합치고 미국 공군과 해군에 FA-50 경공격전투기 개량형을 제시하기 위해 설계, 제작, 마케팅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폴란드와 논의 중인 계약이 모두 확정되면 올해 완제기 수출 계약이 4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2024년에는 1조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대한다. 완제기 수출과 기체 부품 실적 반등을 염두에 두고 장기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며 목표주가를 6만3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올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우주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프로젝트에서 체계 총 조립과 종합 관리를 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4월에는 항공 영상 분석 전문 업체 메이사와 합작법인 ‘메이사플래닛’을 세우고 위성 활용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주목받았다. 합작법인은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도시 계획 수립, 유동인구 예측, 기상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유도무기, 레이더 등을 만드는 LIG넥스원은 UAE 대규모 수출 계약에 힘입어 올해 수주잔고 최고 기록을 쓸 전망이다. 최근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12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 505억원으로 급증했다.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237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에 나서는 등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공들인다. 6월 16일 종가는 7만7000원, 목표주가는 11만~12만원 선이다.

방산 사업이 연간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와 우주 발사체 엔진과 부품 등에서 강점을 보인다. 국산 전투기 T-50, KF-21 등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과 부품이 들어간다.

나승두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요소가 여럿이다. 7월 KF-21 시험 비행이 예정됐고 자회사 한화디펜스가 만든 K-30 비호복합체계 수출 가능성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한화시스템 역시 UAE 천궁 수출을 계기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 중에는 제노코가 예의 주시할 만한 종목으로 꼽힌다. 항공우주 통신 전문 기업으로 2021년 3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군전술정보통신체계(TICN) 핵심 부품인 비접촉식 광케이블이 주력 제품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방산 기업 협력사다. 누리호 3호기에 들어가는 차세대 중형 위성 개발에 참여하는 등 위성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방산 부문 매출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위성지상국, 위성탑재체, 항공전자 등도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실적이 분기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내다본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4호 (2022.06.22~2022.06.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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