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에게서 볼커의 향기가..

임상균 2022. 6. 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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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5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8.6%로 치솟는 등 거센 물가 상승세를 꺾기 위한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FOMC 회의 직전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시장이 어느 정도 인지는 했지만 사실 0.75%포인트의 상승폭은 28년 만에 최대치다. “이 정도면 경기 악영향은 무시하고 무조건 인플레를 잡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라고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경기 침체를 불사한 금리 인상’을 부인하지 않는다. 금리 인상에도 경기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종전 입장에서 “통제 불가 요인에 달려 있다”며 후퇴하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훼손을 감내하겠다는 뜻이다.

이러자 시장은 파월에게서 폴 볼커의 재림을 기대하기 시작한다. 1979년부터 1987년까지 9년간 연준 의장을 역임하며 1970년대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끝낸 인물이다.

볼커 의장은 1979년 10월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기준금리를 15.5%로 4%포인트나 단숨에 끌어올렸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1981년 21.5%까지 추가 인상했다. 경기가 주저앉고 빚더미를 떠안은 국민 반발이 거셌다. 온갖 살해 위협을 당했지만 권총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버텼다고 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학살자’ 혹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볼커의 뚝심은 1981년 중반부터 효과가 나타났다. 초고금리를 찾아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면서 시중 유동성이 잡혔다. 1980년 살인적 수준인 14.6%였던 미국 물가 상승률은 1981년 9%로 떨어지며 희망을 보여줬고, 이듬해 4%를 거쳐 1983년에는 2.36%까지 급전직하했다.

파월이 볼커와 같은 전투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단기간에 강한 충격’이라는 방향성은 따라가는 모습이다. 이번에 발표된 점도표에서 잘 나타난다. 큰 폭의 상향 조정이 이뤄졌다. 올해 말 예상금리가 3월 FOMC 때만 해도 1.875%였으나 이제 3.375%로 치솟았다. 연내 남은 4차례 FOMC 회의에서 1.75%포인트의 추가 인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7월 회의 때도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시되는 이유다.

주목할 대목은 내년 이후다. 내년 말 정책 금리 전망은 3.75%, 2024년 말은 3.375%로 나왔다. 3월 회의 때는 2022년과 2023년 예상 금리가 각 2.75%였다. 경기 하드랜딩을 감수하고라도 일단은 기준금리를 단숨에 크게 올려 인플레 기대 심리까지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내년 하반기부터 완화적 태도로 돌아서 경기를 살려낸다는 그림이다. FT는 “연준이 2024년에는 금리 인상 기조를 되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월의 태세 전환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6월 FOMC 직후 미국 3대 지수가 급등하더니 이튿날은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아직 불확실성에 압도돼 있다.

다만 볼커 시대의 미국 증시를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1980년 4월 817까지 내려갔던 다우지수는 1983년 1130으로 회복됐고, 1987년에는 2000선마저 돌파했다. 이후 1990년대 미국 증시는 우리 모두가 잘 알듯 초호황기를 누렸다. 그 출발점은 인플레를 잡기 위한 과감한 금리 인상이었다. 파월이 볼커의 후예가 되겠다고 전략을 바꿨다면 지금은 1970년대 막바지쯤 될 듯싶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4호 (2022.06.22~2022.06.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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