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앞둔 국힘 폭풍전야..'이준석 블랙홀' 빠지게 될 시나리오

최민지 2022. 6. 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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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준석 대표가 성 상납을 받고 이를 덮기 위해 증거 은닉 교사를 했다는 의혹을 다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22일 열린다. 사상 초유의 집권당 대표 징계 심의를 하루 앞둔 21일 여권은 태풍 전야와 같은 분위기였다. 징계위 결정에 따라 여권 전체가 ‘이준석 블랙홀’에 빨려들어갈 수도 있어서다.

국민의힘 윤리위(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윤리위는 지난 4월 21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제기한 성 상납 및 증거 은닉 교사 의혹이 당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이 대표의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하지만 6·1 지방선거에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징계 심의를 미루다가 두 달여 만에 회의 일정을 잡았다.

가세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뒤 야인이던 2013년 벤처기업 A 대표로부터 성 상납을 받았고, 이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월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을 시켜 관련 의혹을 무마하려 했다는 게 핵심 골자다. 가세연은 이 과정에서 “김철근 실장이 (2013년 접대 연결 고리 역할을 한) B씨가 근무하는 피부과 병원에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주는 대신 ‘이 대표가 성 상납을 받지 않았다’는 가짜 사실확인서를 받았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윤리위는 이번 회의에 김 실장을 출석시켜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여권이 윤리위 결정에 주목하는 건 심의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이번 징계 결과는 이 대표의 거취뿐 아니라 향후 여권의 세력 구도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가지다. 가장 가벼운 수위인 경고가 나오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더라도 이 대표가 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경고 처분을 이유로 이 대표에게 비판을 가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표직까지 내놓으라는 요구를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 처분이 나올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야당이 도덕적 흠결을 이유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수 있고, 여권 내부의 비판도 거셀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될 경우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 여부가 여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탈당 권유 이상의 징계가 내려지면 새 대표를 뽑기 전까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직을 겸임하는 대행 체제로 유지되게 된다.

문제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다. ‘당원권이 정지된 대표’라는 초유의 상황을 두고 대표가 궐위된 상황이 맞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가 징계에 불복해 상황이 더 복잡해지는 경우다. 이미 이 대표는 각종 인터뷰에서 “(가장 낮은 징계인) 경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제명의 경우 당사자가 불복하면 최고위원회에서 재심을 하고, 탈당 권유 이하의 징계는 윤리위가 재심을 한다. 재심에서도 징계가 확정되면 이 대표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통해 권리 구제에 나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와 당이 법적 분쟁을 하는 국면으로 가게 된다.

일각에선 이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윤리위가 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범죄 혐의로 기소가 되면 자동으로 당원권이 정지되는 만큼 굳이 윤리위가 경찰과 검찰의 수사로 사실 관계가 드러나기에 앞서 징계를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당내 여론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의원은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사 진행 결과를 봐야 무엇이 실체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윤리위가 개최되면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막연하게 유튜브에서 뭐라고 했다는 것으로 증거로 삼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법조인 출신의 또 다른 의원은 “형법에 정해진 형량이 있는 것처럼, 지금 이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의 수준으로 볼 때 최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내려져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대표의 성 상납과 증거 은닉 교사에 관한 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서 수사 중이다.

징계 심의를 앞둔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윤리위에 참석하겠다”며 “세상에서 가장 필요 없는 게 이준석 걱정”이라고 했고, 21일엔 BBS라디오에 출연해 ‘가세연이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한다’는 질문에 “다 공개하라”며 맞받아쳤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사건 관련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핵심 쟁점인 A 대표와의 만남 여부, 김철근 실장과 B씨와의 각서 작성 인지 여부 등에 대해 묻자 묵묵부답했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이미 성 상납을 받은 적이 없고, 각서 작성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이 대표 징계 관련 얘기를 나누는 등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최악의 경우는 당내 사퇴 촉구 여론에도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 것”이라며 “전선이 넓어지며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히려 이 대표는 그간 불편한 신경전을 벌였던 ‘윤핵관’과의 대결 구도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일 이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서 비공개회의를 없애겠다고 했는데, 만일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하면 다음날인 23일 열리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비공개가 아닌 공개 회의 때 윤리위 징계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며 “결국 공개적으로 자신을 비토하는 세력과 싸우는 게 이 대표가 바라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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