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정권 붕괴" 예언한 72세 네타냐후, '구원투수' 컴백하나

임선영 2022. 6. 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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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이 나쁘고 위험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싸움을 이끌 것이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72) 전 총리는 지난해 6월 13일(현지시간), 15년 재임한 총리로서의 마지막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새 정부에 대한 덕담 대신, 그는 "그것(정권 붕괴)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일어날 수 있다"며 자신이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이 곧 다시 집권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이 말이 마치 예언이라도 된 것처럼 이스라엘의 집권 연정은 출범 1년여 만에 사실상 붕괴에 직면했다. 연정의 양대 축인 이스라엘의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와 야이르 라피드 외무부 장관은 20일 자발적으로 다음 주 크네세트에 연정 해산안을 제출해 표결에 부친다고 밝혔다. 이 해산안이 통과될 경우 라피드 외무장관이 임시 총리를 맡고 오는 10월 조기 총선을 치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8만 팔로워' 네타냐후, 1년간 재집권 칼 갈았다


이날 네타냐후는 기다렸다는 듯 "리쿠드당이 이끄는 광범위한 국가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재집권 의욕을 보였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가 재집권을 위해 지난 1년간 칼을 갈았다고 본다.

현 집권 연정은 8개 군소 정당들이 뭉쳐 턱걸이 과반(120석 중 61석)으로 출범했다. 이념적 지향점이 각기 다른 이들 정당의 유일한 공동 목표는 '네타냐후 축출'이었다.

베네트 총리는 네타냐후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네타냐후 내각에서 재무장관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야미나당을 이끌고 반(反)네타냐후 연합에 합류하면서 네타냐후에 등을 돌렸다.

네타냐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지난 4월 그의 얼굴이 나온 포스터와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은 리쿠드당의 수장인 네타냐후가 그간 내용과 무관하게 집권 연정이 제안하는 모든 법안에 야당이 반대표를 던지도록 해 연정을 방해해 왔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네타냐후는 팔로워가 208만 명에 달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베네트는 약하고 무능하다"와 같은 조롱성 게시물을 올려왔다.

그사이 반(反)네타냐후 이외엔 구심점이 없던 연정은 일부 의원의 탈당 등으로 과반 의석을 잃었다.


여전히 인기 정치인..."그래도 재집권 쉽지 않아"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내 여론조사를 통해 여전히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란 점이 입증되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12의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다가오는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연합이 과반엔 2석 모자라지만,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타냐후는 1996년 46세로 역대 최연소 총리에 올라 1999년까지 재임했다. 이후 2009년부터 다시 총리를 맡아 지난해 6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나왔고 이스라엘 특공대 복무 경험이 있다. 그의 친형 요나단은 특공대 대장으로 1976년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에게 납치된 여객기를 구출한 '엔테베 작전' 당시 숨졌다.

네타냐후는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993년 리쿠드당 대표직에 올랐다. 총리 취임 후 강경한 이슬람 정책을 펼쳤고, 코로나19 사태에선 직접 발벗고 나서 빠른 백신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타냐후 전 총리가 지난해 1월 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그의 재집권 가도가 밝지만은 않다. 텔레그래프는 그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런 점 때문에 올 초 리쿠드당의 일부 당원들 사이에선 그를 수장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리쿠드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해도, 이스라엘의 분열된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과반 연정이 쉽지 않으며 네타냐후가 리쿠드당을 계속 이끌 경우 다른 당에서 연합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또 가디언은 그가 올해 72세로 고령이란 점에서 리쿠드당 내부에서 지도력에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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