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덕민 주일대사 내정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면담
윤덕민 주일 대사 내정자가 21일 오전 대구 중구에 위치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면담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피해자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마련됐다.
정부 관계자는 “앞서 문재인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앞세웠으면서도 정작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해법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며 “정부는 향후 피해 당사자 및 피해자 지원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명예와 존엄이 회복될 수 있는 형태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윤 내정자가 이 할머니를 면담한 것도 이에 따른 조치로 읽힌다.
지난 8일 지명된 윤 내정자에 대해서는 현재 일본의 아그레망(주재국의 부임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부임 전 이 할머니를 직접 만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이번 면담의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尹 "마음의 상처 해결" 약속
이 할머니는 지난해 2월부터 줄곧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국제법에 따른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ICJ 회부의 경우 한국과 일본 정부 양측의 동의가 필요한데, 한국 정부부터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호응하지 않았다.
이에 이 할머니가 꺼낸 차선책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였다. CAT 회부의 경우 ICJ 제소와 달리 일본 측의 동의가 없어도 한국 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또 CAT는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중 세르비아 민병대가 보스니아 여성들을 성폭행한 것을 ‘고문 행위’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의 위안부 강제동원 역시 고문에 해당한다는 게 이 할머니의 주장이었다.
"ICJ 제소, CAT 회부" 현실화는 미지수
만일 CAT가 위안부 피해를 고문으로 인정할 경우 고문방지협약에 의해 피해자들은 구제 및 배상 권리를 갖게 된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진상 규명 ▲전쟁범죄 인정 ▲법적 배상 등이 실현되기 위한 국제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할머니는 이날 윤 내정자를 만나서도 위안부 문제를 CAT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ICJ나 CAT 회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결과가 나왔을 때의 파장 등을 고려했을 때 일단은 위안부 문제를 국제 무대로 가져가기보다는 양자적 해결 노력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측면과 함께 위안부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일본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ICJ 제소나 CAT 회부는 어렵다는 기류”라며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한 이후 정부 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현실적 방안을 추려 국내적으로 정리한 뒤, 일본과의 협의를 통해 최종적인 해법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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