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지개' 1년 만에 깨졌다..3년새 '총선만 5번' 혼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으로 민족주의 우파와 좌파, 아랍계 정당까지 힘을 합치며 출범한 이른바 ‘무지개 연정’이 1년여 만에 자진해산을 발표했다. 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그간 제1야당 당수로서 실력을 행사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의 재집권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저녁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내주 의회 해산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산안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를 통과하면 현 36대 정부는 해체되고, 새 정부가 꾸려지기 전까진 라피드 장관이 임시 총리직을 맡게 된다. TOI에 따르면 차기 총선거는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9년 4월 이래 5번째 총선이다.
이날 베네트 총리는 “우린 국가를 위해 서로의 의견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난 1년간 함께 해낸 일들이 자랑스럽다”면서도 “그런 정부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부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8개 야권 정당들은 역대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뭉쳤다. 120석의 이스라엘 의회에서 2번째로 많은 의석수(17석)를 가진 중도 정당 예시 아티드의 대표 라피드가 민족주의 우파 정당 야미나(7석)를 이끄는 베네트에게 임기 전반기 총리 자리를 양보하는 등 연정 구성을 위해 힘썼다. 의회 내 과반을 간신히 넘는 61석만을 확보하며 출발한 연정은 크네세트에서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정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등 안정을 찾아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연정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를 안정시켰고,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무지개 연정’은 올 들어 발생한 여러 종교적 마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야미나의 이디트 실만 의원이 “유대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에 동참하지 못한다”며 연정 지지를 철회했고, 이어 5월엔 좌파 정당인 메레츠의 가이다 리나위 조아비 의원이 알아크사 사원에서의 이스라엘 경찰과 무슬림 충돌 등을 문제 삼아 지지를 철회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 이스라엘 정착민의 특별 법적 지위를 다룬 ‘정착민법’과 관련한 여권 내 분쟁도 연정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와 관련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임시 총리직을 맡게 된 라피드 장관이 네타냐후 전 총리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힘쓰며 총리 재임 기간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라피드 장관은 오는 7월 임시 총리 신분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맞게 됐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연정 해체에 대해 “현 정부가 이스라엘 국민의 안전을 저버리고 테러 지지자와 협력했다. 이스라엘 국가를 다시 부흥시킬 필요가 있고 우리는 그럴 능력이 있다”며 재집권 의사를 드러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의회 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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