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 떠나고 4년째 방치..'코미디철가방극장' 이렇게 바뀐다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에 가면 2층 높이의 철가방 모양 건물이 있다. 건물 벽면을 장식한 소주병과 면이 불어 넘친 짜장면 조형물에는 ‘웃음건강센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이끌던 ‘코미디철가방극장(372㎡)’이다.
하지만 건물 외관과는 달리 극장 가까이 다가가면 관리가 안돼 방치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극장 외벽 조형물엔 시커먼 때가 끼어있고, 야외 주차장 주변에는 잡풀이 무성하다. 2018년 전씨가 청도군과 코미디 관련 행사 문제로 이견을 보이다 청도를 떠난 후 4년째 방치된 모습이다.
전씨 등 셀럽(유명인사)이 떠나고, 산골 속 '유휴 시설'로 전락한 코미디철가방극장이 내년 상반기 레스토랑으로 바뀐다. 경북 청도군 측은 21일 "지난해부터 계획하던 코미디철가방극장 리모델링 사업인 이른바 '문화살롱' 활용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고 밝혔다.
청도군은 국비 등 23억 원을 들여 내년 상반기 중에 극장 내 관람석과 소주병 조형물 등 대부분의 코미디철가방극장 시설을 뜯어내고, 1층에 레스토랑을 만들 계획이다. 2층은 다목적 갤러리와 전시공간 등으로 꾸민다. 새로 조성될 지하 공간에는 카페와 농산물판매장도 만든다. 야외주차장 등 코미디철가방극장 외부는 반려견 놀이터와 쉼터, 이벤트 광장 등으로 바꿀 계획이다.
청도군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 있었지만, 어떤 시설을 들일지 마을 주민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1년 이상 연기됐다"며 "설계 공모를 통해 새로운 건물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지역 명소가 되도록 알차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미디철가방극장은 지자체 '셀럽 마케팅'의 모범 사례였다. 원래 외지인이 거의 찾지 않던 극장 주변은 2008년 저수지가 생기면서 수몰 마을 주민들이 옮겨와 정착했다. 이후 외딴 마을은 2012년 청도군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가 12억 원을 들여 코미디철가방극장을 열면서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극장 개관은 2007년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청도에 와있던 전씨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이끌었다. ‘전유성’이라는 유명세와 개그맨 지망생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공연이 맞물려 활기를 띠었다. 여기에 “청도에 가면 배꼽이 빠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관 후 7년간(2012~2018년 4월) 20여만 명이 찾았다. 공연 횟수만 4400여 회에 달하면서 인구 4만여 명의 청도에 새로운 홍보탑 역할을 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나타났다. 극장 일대 성곡리·현리리·수월리·봉기리 등 마을 주민들은 조합을 만들어 외지인들에게 음식을 팔았다. 감 따기, 에코백 만들기 같은 다양한 체험 행사도 운영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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