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들고 찾아와".. 배달 앱 리뷰·평가 조작 '유혹' 넘쳐

오규민 2022. 6. 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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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홍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2)는 최근 마케팅업체 대리라고 밝힌 방문객으로부터 이같은 말을 들었다.

배달 앱을 통한 요식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앱 내 리뷰·평가 조작에 대한 유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케팅 업체들이 끊임없이 이들에게 홍보 명목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리뷰·평가 조작에 나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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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케팅전문업체 표방해
자영업자들에게 접근
앱 운영사 법적조치 예고
아랑곳하지 않아
자영업자들에게 리뷰 조작 유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리뷰어’ 모집 공고가 많다./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배달 앱 홍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2)는 최근 마케팅업체 대리라고 밝힌 방문객으로부터 이같은 말을 들었다. 수고비를 내면 앱을 통해 카페 제품을 주문한 후 리뷰 및 평가를 남겨주겠다는 제안이다. 또 이들은 다른 경쟁업체 리뷰나 평가를 나쁘게 작성해줄 수 있다고도 했다.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잠시 고민했지만 "허위 주문 및 리뷰는 아닌 것 같아 거절하고 명함을 버렸다"고 했다. 이후 김씨는 또 다른 업체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 업체 측은 ‘다른 앱은 몰라도 배달의민족은 작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역시 김씨는 거절했다.

배달 앱을 통한 요식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앱 내 리뷰·평가 조작에 대한 유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케팅 업체들이 끊임없이 이들에게 홍보 명목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리뷰·평가 조작에 나서기도 한다. 이에 앱 운영사들이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김씨처럼 홍보 제안을 받거나 리뷰 작성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다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살펴보면 리뷰 마케팅전문업체들이 일대일 채팅방을 통해 허위 리뷰 작성에 참여할 자영업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후기 작성을 도와줄 ‘리뷰어’도 모집하고 있다. 앱 운영사가 ‘우아한형제들 클린리뷰’라는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이러한 모집 채팅방들을 돌아다니며 법적조치를 예고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앱 운영사가 ‘우아한형제들 클린리뷰’라는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모집 채팅방을 돌아다니며 법적조치를 예고했지만 마케팅 업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업체를 통하는 대신 자영업자들이 직접 허위로 리뷰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배달기사 박모씨(37)는 자영업자들 중 배민 앱 자체에 두 개의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를 봤다고 했다. 박씨는 "같은 업체지만 한 쪽에서 배달을 시켜 다른 쪽이 음식을 받아 좋은 후기나 평가를 남긴다"며 "‘제 살 깎아먹기’긴 하지만 배달비 2~3000원 손해를 보더라도 업체 맡기는 것보다 이게 낫다고 생각하는 점주들이 있다"고 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마케팅 명목으로 리뷰를 조작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리뷰 조작 업자들을 추적해 경찰에 고소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리뷰 조작 업체 대표가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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