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대통령의 인사, 석열이형의 인사

지호일 2022. 6. 2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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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윤석열'을 기억하는 지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들, 그것도 함께 전장에 섰던 전우이거나 신뢰하는 후배들로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을 빼곡히 채웠다.

법치주의(rule of law)가 '법대로 하자'를 뜻하는 건 아닐진대 우리의 대통령은 정치권력의 정점에 선 현재도 여전히 서초동 시절 '석열이형'의 사고 틀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대통령의 인사는 그 자체로 대국민 메시지이고, 중요한 정치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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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사회부장


‘검사 윤석열’을 기억하는 지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권모와 술수가 가득한 정치판’이란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30년 가까이 무수한 정치인 비리 첩보를 접하고, 또 수사를 통해 숱한 이들을 감옥으로 보냈으니 기성 정치권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 것도 이해가 간다. 윤 대통령이 검찰을 떠나 대권 등정에 나선 이후로도 일부 정치인의 앞뒤가 다른 행태에 분노를 터뜨렸다는 얘기가 들렸다. “여의도 문법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그의 발언은 진심이었을 터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 두 정권하에서 설움의 시간을 보낼 때 얘기도 간혹 회자된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 당시 ‘항명 파동’으로 3년여간 지방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그를 대하는 검찰 선후배의 반응이 그렇게 냉랭하더라는 것이다. 서초동 검찰청사 인근에서 마주친 모 인사가 모른 척 고개를 돌려버리는 장면에 큰 상처를 받았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그 때의 배반감과 서운함에 한동안 상경해도 서초동 주변에서 술자리를 갖지 않았다고 한다.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고초를 겪을 때 찾아와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거나 안부 전화라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후 철저히 구별해서 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집권 초기 인사는 이런 검사 시절의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정치권 주변 인사가 아닌 검찰 출신들을, 그것도 함께 전장에 섰던 전우거나 신뢰하는 후배들로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을 빼곡히 채운 것을 보면 그렇다. 대통령은 이를 자신이 구상한 설계도대로 집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 과정이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검찰공화국’ 비판을 받더라도 지금은 효율적 국정운영을 위해 ‘내 사람들’로 단일대오를 갖춰 놓는 게 급선무라고 여기는 모습이다. 그래서 인사 문제 지적에 바로 “적재적소 인사”라는 응수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대통령이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인사권을 행사하든 그건 자유고, 권한이다. 다만 그 인사는 상식과 국민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책임론도 대통령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문제는 최근의 인사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윤 대통령의 상징 가치와 같은 공정과 정의, 법치 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검찰 출신만이 정의를 구현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윤석열 사단’의 중용은 과연 공정한가. 대통령과 접점이 없는 나머지 인재들에게 기회조차 돌아가지 않는 건 엄청난 불공정 아닌가.

여기에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와 관련된 취재진 질문에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는 답을 내놨다. 지지자들도 순간 뜨악했을 법한 말이었다. ‘대통령이 강조해 온 법치가 법률가들에 의한 통치를 말하는 것이었나’ 하는. 법치주의(rule of law)가 흔히들 쓰는 “법대로 하자”를 뜻하는 건 아닐진대 우리의 대통령은 정치권력의 정점에 선 현재도 여전히 서초동 시절 ‘석열이형’의 사고 틀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대통령의 인사는 그 자체로 대국민 메시지이고, 중요한 정치 행위다. 인재를 선택하는 동기와 과정,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뒤따른다. 그런데 1기 인선에서는 ‘내 방식대로 한다’는 기조가 두드러진다. 균형과 통합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관점을 바꿔보면 오만과 독선으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윤 대통령은 꼭 1년 전 정치 참여 선언을 하며 이렇게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습니다. 이것이 제 가슴에 새긴 사명입니다.” 이 말의 진정성이, 정치 출발선에 섰던 당시의 다짐이 지금도 유효하리라 믿는다.

지호일 사회부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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