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진통 넘은 동원..신사업으로 재도약 나선다

유오성 기자 2022. 6. 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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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유오성 기자]
[앵커]

불공정 합병비율 논란에 소액주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동원그룹이 한 발 양보를 선택하면서 합병 절차에 가속도가 붙는 모습입니다.

오너 일가가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경영 효율성 증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그만큼 시급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이제 합병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을 위한 동원엔터프라이즈 우회상장 예비심사를 승인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심사 결과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우회상장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고, 이에 따라 동원그룹은 이후의 합병 절차 진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일단 우회상장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드리자면요.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정상적인 상장 절차를 거치는 대신 상장기업과 합병을 통해 곧바로 자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동원그룹은 이번 우회상장에서 오너일가에 유리하게 합병가액을 산정했다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합병비율을 재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당초 1대 3.83 수준이던 합병비율은 1대 2.70으로 변경됐습니다. 동원엔터 1주를 가지고 있으면 동원산업 2.7주를 가져가게 됩니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 지분 48.43%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지분율이 43.15%로 낮아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앵커]

동원그룹의 이 같은 결정은 사실상 기업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첫 사례 인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 전에 이런 사례가 없다보니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너일가가 자신의 지분을 스스로 희생했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거죠.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동원산업이 합병비율을 조정하면서 연결재무제표상 순자산가치가 아닌 별도재무제표상 순자산가치를 반영한 점을 두고 일부 주주들이 여전히 주주권리가 온전히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연결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면 지금보다 주식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동원그룹은 조금 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요. 여기서 재무건전성과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을 다시 검토받게 됩니다.

[앵커]

우회상장에 따른 합병으로 동원그룹 지분구조가 어떻게 바뀌고, 또 어떤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합병 전 동원산업의 현재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입니다. 동원산업 지분 62.72%를 보유하고 있고요.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동원그룹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5개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고요.

또 동원산업이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며 스타키스트와 동원로엑스 등 21개 종속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지주회사 위에 또 지주회사가 있는 옥상옥 구조다 보니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동원그룹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해 지배구조를 단순화 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동원그룹 합병기일은 10월 1일 입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에 흡수돼 해산되고, 동원산업이 지주회사인 동원그룹이 재탄생하게 됩니다.

동원그룹은 투자부문을 합병법인으로 몰아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꾀하는 동시에 각 사별로 분산된 인적, 물적 자원을 통합해 사업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합병을 통해 중첩되는 사업들은 정리하고, 지배구조는 단순화 시켜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거네요?

이렇게 되면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을 구심점 삼아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도 있을텐데, 어떤 사업들이 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점쳐지고 있습니까?

[기자]

M&A나 투자를 연혁을 살펴보면 동원그룹이 어떤 분야에 집중하려는지 감이 좀 오실텐데요.

동원그룹하면 수산업이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축산물 가공 전문기업 세중을 인수했습니다.

동원그룹은 동원F&B 계열사 동원홈푸드 산하에 세중과 2015년 인수했던 금천을 통합해 축육 부문을 신설하고, 축산물 사업까지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수산물업 부문도 그 동안 참치잡이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는 `잡는 어업`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기르는 어업`, 그러니까 양식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입니다.

동원산업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육상 연어 양식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2만t 규모의 대서양 연어를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동원그룹은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식품과 음료용 금속 캔을 직접 생산하고 있는데, 이 기술을 확장해 이차전지 사업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원통형 배터리 캔 전문 생산업체 엠케이씨 지분 100%를 156억 원에 인수했고, 올해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효율을 30% 높인 배터리 캔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2선으로 물러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행보를 통해서도 동원그룹이 그리는 신사업 방향을 찾아 볼 수도 있는데요.

김 명예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산하에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가 하면 카이스트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하는 등 인공지능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기존 사업 영역과의 시너지 창출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앵커]

동원그룹하면 흔히 참치회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미 다양한 사업들을 벌여놓고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들을 끊임 없이 하고 있었군요.

여전히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동원이 참치회사 이미지를 벗어나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일 것 같습니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유오성 기자 os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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