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분양 688가구 7년만에 최고..'묻지마 청약', '선당후곰' 잦아들까
5월 현재 서울의 민간 미분양 주택 수가 7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시장 불확실성에 수요자들이 고분양가·소형주택을 외면한 데다 거시경제 악화로 기업·가계의 자금 사정이 나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의 뚜렷한 시그널로 받아들이긴 이르지만 ‘묻지마 매매·청약’ 열풍은 앞으로 더 잦아들 수 있다”는 반응이다.
종적 감췄던 미분양, 2015년 이후 ‘최다’
한때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뒤 고민하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월별 미분양 추이는 더 뚜렷하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 수는 올해 2월 47가구에서 3월 180가구, 4월 360가구로 빠르게 늘었다. 전체 분양 물량 대비 미분양 수를 나타내는 미분양률도 4.8%에서 30.9%까지 올랐다.
시장 불확실성에…고분양가·소형 ‘외면’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거나 규모가 작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미분양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강북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많았다. 수유동 ‘대원 칸타빌 수유팰리스’ 193가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 139가구가 미분양됐다. 공급 물량 전체가 소형인 전용면적 38~49㎡(11.5~14.8평)의 ‘신세계 빌리브 디 에이블’은 256가구 중 245가구가 미분양됐다.
아직 대량 미분양 사태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과거에 비해 미분양 물량의 절대치가 많지 않고, 시장의 주력 상품인 중형주택의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아서다. 서울의 경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5월 미분양 물량이 1016가구에서 2014년까지 월 1000~3000가구가 쏟아진 것을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수치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전용면적이 85㎡(25.8평)를 초과하는 중형 주택의 미분양은 현재 0건이다.
침체 아직이지만…“미분양 5만호부턴 리스크”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작년과 재작년 ‘묻지마 매매·청약’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주택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고분양가 등 경쟁력 없는 물량은 수요자들이 외면해 재고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입주물량을 보면 2만 가구 정도로 신규공급은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라며 “소규모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미분양으로 시장에 ‘우기’가 왔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거시경제 악화가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채우 전문위원은 “주택가격의 선행지표 격인 미분양이 단기간 급증한 건 시장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대출규제에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멈칫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8~2021년(5월 현재) 월 4000~6000건을 유지하던 부동산 매매 건수는 올 들어 1594건까지 내려앉았다.
윤지해 연구원은 “2018년 등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5만호 이상일 때도 집값은 하락이 아닌 상승세였다”며 “IMF 여파가 있었던 1998년(10만2701호)과 글로벌금융위기 한창이던 2008년(16만5599호)을 고려하면 10만호가 넘어가야 주택시장이 완전히 꺾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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