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달러'에 1292원선 뚫고 추락한 원화값, 13년만에 최저

염지현 2022. 6. 20. 18: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내준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전날보다 49.90포인트(p)(2.04%) 하락한 2391.03로 마감하고 있다. 원화값은 전날보다 5.1원 내린 달러당 1292.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뉴스1

코스피 2400선이 깨진 '검은 월요일'에 원화가치도 추락했다. 장 중 1300원 선에 다가서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13년만에 가장 낮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에 안전자산인 ‘달러 몸값’이 뛰고 있어서다. 외국인의 이탈도 원화값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달러당 1287.3원)보다 5.1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292.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09년 7월 14일(달러당 1293.0원) 이후 13여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화값 하락 속도도 빠르다. 연초(달러당 1191.8원)와 비교하면 반년 사이 100.6원 고꾸라졌다.

장중에는 달러당 1295.3원까지 추락하며 1300원 선을 위협했다. 장중 저점 기준으로는 2020년 3월 19일(1296원)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지만, 오후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에 하락 폭은 줄었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시장에서 불안 심리 등으로 과도한 쏠림이 있을 때 관계 당국이 적절하게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강 달러 불쏘시개는 '자이언트스텝'

원화가치 하락은 수퍼달러 영향이다. 강 달러의 불쏘시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과 그에 따라 짙어지는 경기 침체 우려다. 시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Fed가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자칫 경제에 고통(경기 침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긴축에 따른 후폭풍으로 경기 침체가 다가올 수 있다는 예상이 커지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연초 96.21에서 19일(현지시간) 104.69로 올랐다. 일본은행(BOJ)의 초완화적인 통화 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도 강달러를 자극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0일(한국시간 오후 5시13분) 엔화값은 연초(115.32엔)보다 16.8% 하락한 달러당 134.74엔에 거래되고 있다.


'셀코리아'는 원화값 하락 압박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도 원화값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판 돈을 달러로 바꿔 나가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6628억원어치 팔았다. 연초 이후로 따지면 20일 기준 13조474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세에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04% 하락한 2391.03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년 7개월여 만에 2400선 아래로 밀렸다.

상당수 전문가가 예의 주시하는 건 종가 기준으로 원화가치가 달러당 1300원을 뚫고 더 떨어지느냐다. 원화값이 달러당 1300선을 뚫고 하락한 건 2009년 7월13일(달러당 1315원)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졌다”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 영향으로 원화값은 달러당 13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Fed)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외국인 매도세 등으로 인한 달러 강세에 원화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달러값이) 1300원을 뚫은 건 경제 위기 수준일 때라며 아직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위기 수준의 침체가 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