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IPO 부활..보로노이에 달렸다

류지민 2022. 6. 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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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둔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올해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던 약물 설계 전문 기업 보로노이가 상장 궤도에 올랐다. 공모 과정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한 가운데, 상장 이후 주가 움직임이 향후 바이오 기업 투자심리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지난 6월 14~15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서 통합 경쟁률 5.57 대 1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총 362억원이 모였다. 바이오 기업 투자심리 악화 등의 영향으로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저조한 성적표를 냈다는 평가다. 다만 공모가가 희망 밴드 하단인 4만원으로 결정된 만큼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여력이 더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보로노이는 6월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유니콘 특례 상장 1호’ 보로노이가 6월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상장 이후 주가 움직임이 향후 바이오 IPO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보로노이 제공)
▶상반기 바이오 IPO 기대주

▷기술 수출 2조원…유니콘 특례 상장 1호

보로노이는 정밀 표적 치료제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텍 기업이다. 2015년 설립 이후 폐암과 유방암,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표적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단순 신약 개발을 넘어 플랫폼 기반의 신약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올 상반기 상장이 예정됐던 바이오 기업 중 최대어로 꼽혔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는 대부분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과 달리 2020~2021년에 걸쳐 미국 3건을 포함해 총 4건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4건의 기술 수출 규모만 2조1000억원에 달한다.

보로노이는 기술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유니콘 특례 상장 1호’에 도전했다. 유니콘 특례 상장은 비상장 기업 중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에 기술 평가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로,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1개 기관에서 A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5000억원이 넘어야 한다.

보로노이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IPO를 추진했으나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해 한 차례 상장을 철회했다. 이번에는 공모가를 낮추고, 주식 수도 줄였다. 희망 공모 가격을 기존 5만~6만5000원에서 4만~4만6000원으로 약 30% 낮추고, 공모 주식 수도 신주 200만주에서 130만주로 줄였다. 총 공모금액 역시 1000억~1300억원에서 절반으로 줄였다. 기존 주주들이 자율적으로 의무보호예수(락업)를 걸면서 상장 후 보호예수 물량도 74.4%로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8~9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28.35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자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인 4만원으로 결정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055억원으로 유니콘 특례 상장 요건(5000억원)을 가까스로 맞췄다. 공모가 4만원은 기존 시리즈B~D 투자 유치 시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로노이는 2016년부터 5년간 총 1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마지막 유상증자 당시 참여한 투자자는 기업가치 1조2000억원, 주당 12만원 이상에 주식을 매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보로노이는 지난 1월 중순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예비심사 효력은 6개월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상장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미루게 되면 상장예비심사 청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존 주주들의 상장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했고, 무조건 상장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모가를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모가 최하단에서 결정

▷얼어붙은 투심·낮은 계약금 발목

보로노이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이유는 뭘까.

우선 잇따라 터진 악재에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국민 바이오주’라 불렸던 신라젠은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특례 바이오 상장사 가운데 인트로메딕, 디엑스앤브이엑스(옛 엠지메드), 큐리언트는 거래정지 상태다. 거래 중인 바이오 기업 주가도 엉망이다. 지난해 기술 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11개 중 공모가 이상 가격을 유지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주가가 반 토막 났다. 바이오 특례 상장 기업 중 상장 당시 약속한 흑자전환을 실현한 기업도 손에 꼽는다. 금리 인상으로 대표적인 기술주로 꼽히는 바이오주에 불리한 투자 환경이 조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내실이 빈약한 기술 수출 성과도 약점으로 꼽힌다. 보로노이가 강조하는 핵심 경쟁력은 2조원이 넘는 기술 수출이다. 피라미드바이오사이언스에 8억4600만달러, 오릭파마슈티컬즈 6억2100만달러, 브리켈바이오테크 3억2350만달러 등이다. 하지만 실제 계약금으로 수령한 금액은 전체 기술 수출 규모의 1% 수준인 200억원대에 불과하다. 오릭파마슈티컬즈의 경우 계약금은 1300만달러이고, 브리켈바이오테크의 경우 현금 250만달러에 브리켈 주식 250만달러다. 피라미드바이오사이언스는 계약금을 밝히지 않았는데, 통상 계약금 규모가 적으면 비공개로 돌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계약금 비중이 전임상 단계에서 5%, 임상 1상에서 8%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계약금 비중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임상 1상 단계에서 기술 수출한 1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모두 전임상 단계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도 한계다. 임상 1상 이전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기술료 수익은 미미한 수준으로, 임상 2상이 끝나야 본격적으로 기술료 수익이 증가한다. 일각에서는 보로노이가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기술 수출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 수출하기에는 아까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도 있었지만, 상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술 수출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하반기 추가 기술 수출로 돌파

▷차별화된 기술력 강점…외국인 눈길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일단 공모가가 낮다는 것은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조건이다. 특히 공모주 투자자의 경우 기존에 시리즈B~D 투자에 참여했던 기관 투자자보다 더 싸게 들어온 셈이어서 하방이 어느 정도 받쳐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관 수요예측 당시 참여 수량 2765만주 가운데 57%를 해외 투자자가 가져갔다는 점은 낮은 공모가가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별화된 기술력은 보로노이의 강점이다. 보로노이는 기존 억제제들이 암의 원인인 돌연변이 단백질만 정밀 타격하지 못하고 정상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도 함께 타격해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인산화효소 프로파일링(Kinase Profiling)’이라는 핵심 기술을 통해 해결했다. 또 보로노이는 주요 연구진으로 56명의 약물 설계 전문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세포·동물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내부 실험실(wet lab)이 갖춰져 있어 인비트로(in vitro·세포 실험)와 인비보(in vivo·동물 실험) 실험 진입 시간이 각각 1주일, 1개월이다.

박재경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보로노이는 매년 약 4000개의 화학물질을 합성하고, 55만개 실험 데이터와 1만8000마리의 동물 실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100% 자회사로 의약 합성·평가를 담당하는 보로노이바이오와 단백질 분해 기술(TPD)을 개발하는 비투에스바이오도 보유하고 있어 기술력이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추가 기술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보로노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신약 개발 프로그램은 비소세포성폐암, 고형암(유방암 등), 퇴행성뇌질환 분야 등 총 11개나 된다. 글로벌 제약사 수준 실험 데이터 축적 역량을 갖춘 데다 인공지능(AI) 모델까지 접목한 덕분이다. 이를 활용해 후보물질 도출 기간을 1년~1년 6개월로 크게 줄였다. 보로노이는 향후 5년 내 파이프라인을 20개까지 늘리고, 4개 약물을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승인받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보로노이 주가가 상장 이후 좋은 흐름을 보인다면 향후 이어질 바이오 IPO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보로노이가 올 하반기 기술 수출을 목표로 글로벌 빅파마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이후 증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후속 바이오주가 IPO를 추진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다. 보로노이 주가가 바이오주 부활의 중요한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4호 (2022.06.22~2022.06.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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