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표 '촉법소년 연령 하한', 오은영의 일침
[김종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스틸 |
ⓒ 넷플릭스 |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범죄(자)를 싫어한다. 그리고 '처벌받지 않는 범죄(자)'를 극도로 싫어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의석 판사(김혜수)의 저 유명한 대사처럼, 소년범에 대한 혐오 심리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경우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근래에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던 흉폭한 소년범죄가 여럿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들은 그 자극적인 범죄를 적극적으로 묘사했고, 끊임없이 재생산했다. 물론 그 중에는 촉볍소년의 지위를 악용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소년범에 대한 혐오는 차곡차곡 '빌드업' 됐다. 하지만 실제로 소년 범죄 중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강력범죄의 비율은 5.3%에 불과하다.
소년범죄가 발생하면 초점은 '처벌받지 않는다'에 집중됐고, 소년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혐오로 모아졌다. 정권 탈환을 노렸던 '국민의힘'은 이와 같은 여론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8일, 윤석열 정부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식 예고했다.
"소년범죄 흉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 과제를 속도감 있게 검토해주기를 바랍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법무부 주례 간부간담회)
한동훈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흉포화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다만, "소위 말하는 '강'자 들어가는 흉포 범죄 위주로 처벌하는 것"이라며 "전과자 양산 우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는 14일 검찰국, 범죄예방정책국, 인권국, 교정본부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이르면 올해 안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 한 장관의 발언은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심지어 한 장관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야당 지지자들조차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교수는 "하향은 무슨. 그냥 연령을 없애세요. 애나 어른이나 똑같이 처벌하는 겁니다. 이 나라 백성들, '만세' 부르며 환호할 겁니다. 이분도 별 거 없네"라고 비판했다. 일괄적 연령 하한이라는 '쉬운' 선택을 비꼰 것이다.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어른들이 지도하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누구도 반대를 하시는 분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이 어린아이들이 우리는 나쁜 짓을 해도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아라는 것들이 굉장히 크게 부각이 되면서 모두가 마음이 불편하고 굉장히 공분하는 것 같아요." (오은영)
▲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스틸 컷 |
ⓒ 넷플릭스 |
오은영은 촉법소년 제도가 만들어진 배경에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반사회성이 고정되지 않"으므로 "얼마든지 교육과 교화로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연령을 1년 낮춘다고 해도 범죄율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어린아이의 재범률이 6.8%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결국 가정과 사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 모든 부모나 어른은 분명하고 똑바르게 가르쳐줘야 됩니다. 그러니까 촉법소년이라고 법을 어긴 게 죄가 없는 게 아니잖아요. 어리니까 유예한다는 건데 절대 아이들에게 이런 행동은 안 된다는 것을 똑바르게 가르치는 그런 어른들의 자세와 부모의 아주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은영)
'엄벌주의'는 '사이다'와 같다. 처음에는 시원하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가닿지 못한다. 어른으로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핏대를 올리는 것일까. 소년 범죄의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 자료에 근거해 소년 범죄의 실상부터 파악해야 한다. 또, 범행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 및 교화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소년 범죄의 실상을 그린 <소년심판>은 그 파격적이고 구체적인 묘사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사실은 부모와 어른의 역할을 요구한 오은영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극중에서 심은석(김혜수 분)은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이를 거꾸로 말하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공동체의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에게 어떠한 색안경도 까지 않겠습니다." (심은석)
자신의 자녀도 소년범죄의 피해자였지만, 그래서 소년범을 혐오하게 됐음에도 심은석은 그 책임을 소년에게만 묻지 않았다. 그는 반성하지 않는 소년범을 엄중히 꾸짖으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법을 왜 아이들을 밟고 개정합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소년 범죄를 단지 소년범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았고,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라고 고개 숙이고 사과했다. 책임감을 느꼈다.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촬영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년범죄에 대해 감정적인 접근이 대부분"이었고,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너무 편협했"다며 반성했다. 우리는 어떠한가. 소년범을 싫어할 수 있다. 미워할 수 있다.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해보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에게 색안경을 끼지 않고, 소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어른의 존재가 절실하다.
처벌이 능사라고 말하지 말자. 촉법소년 연령 하한을 낮추는 것만으로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년범죄는 소년범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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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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