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하위 코스피' 30년째 MSCI 신흥국 신세..선진국 4번째 도전 '캄캄'

이선애 2022. 6. 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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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자랑하며 '최하위'에 머무는 한국 증시가 이번에도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선진국지수(Developed) 편입에 입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992년 MSCI 신흥국지수(Emerging)에 편입된 이후 30년째 그대로 머물러 있다. 2008년부터 선진국지수 승격 여부 도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한국 증시의 '숙원사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이 확정되면 한국 증시에 작용하는 하방 압력은 한층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전 평가 '낙제점'…워치리스트 실패 가닥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한국시간 6월24일 오전 5시30분) MSCI의 선진국지수 검토대상국(워치리스트)이 발표된다. 증권가는 한국 증시의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토대상국 발표를 앞두고 지난 9일 MSCI가 공개한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아서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정보의 불충분,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공매도의 제한, 국제 기준과 다른 배당금 공시 등을 이유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발표 예정된 시장 재분류 결과에서 한국의 목표는 '선진국 분류'가 아니라 '선진국 분류 후보 편입'이었다"면서 "선진국 후보 편입 가능성이 0인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시장 접근성 평가 결과는 시장의 기대보다는 확률이 하락했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번 MSCI의 평가는 정부의 개선 의지도 중요하지만, 실제 개선 결과를 확인한 후에 평가를 변경하겠다는 MSCI의 입장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MSCI와 더불어 세계 양대 지수 산출기관으로 꼽히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인터내셔널(FTSE)을 비롯해 다우존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의 기관에서 모두 선진국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MSCI에서는 1992년 신흥국으로 분류된 이후 번번이 선진국 편입에 실패했다.

MSCI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글로벌 자금 대다수가 해당 지수를 기준으로 삼아 투자금을 운용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MSCI는 세계 각국을 크게 선진(DM)과 신흥(EM), 프런티어(FM) 시장으로 구분한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해외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 신흥국지수에서는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디스카운트(할인)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진국지수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바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 저평가(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선진국지수로 승격되면 18조~61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급격한 자금 유출입 우려도 줄어들어 신흥국으로 분류될 때보다 변동성이 완화된다. 실제 삼성증권이 1990~2019년 MSCI 선진국지수와 신흥국지수의 변동성을 따져봤더니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60%가량 컸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브렉시트 같은 대형 악재가 발생했을 때 신흥국 증시가 더 큰 폭으로 빠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정부의 숙원사업이다. 도전은 2008년과 2015년, 지난해 6월에 이어 올해 4번째다. 한국은 2008년 MSCI 선진국시장 편입 후보군인 워치리스트에 올랐으나 시장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편입이 불발됐고 2014년에는 워치리스트에서도 빠졌다. 이번에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가 되는 워치리스트에 들지 못하면 내년 6월에 재도전해야 한다.

관건은 역외 현물환 시장 부재

MSCI가 국가를 분류하는 기준은 경제 규모,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주식시장 접근성 등 3가지이다. 한국은 경제 규모와 주식시장 규모 측면에서는 선진국 진입 조건을 만족하고 있지만, 주식시장 접근성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그동안 신흥국에 남아있었다. MSCI는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국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 개방, 외국인 접근성 개선, 다양한 금융 상품 구성을 위한 시장 데이터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어왔다.

MSCI는 시장 재분류 발표 약 2주 전에 시장 접근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되었던 대부분 항목이 2021년과 같은 평가를 받았다.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 항목은 한 개도 없었다. 오히려 SK텔레콤의 외국인 보유 한도까지 여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항목의 점수는 떨어졌다.

계속 지적당한 부분은 역외 외환(현물환) 시장의 부재(외환시장 자율화), 영문 공시 자료 부족(정보 흐름), 주식시장 데이터 사용 제한으로 상품 개발 한계(투자 상품 가용성), 현물 이전 및 장외 거래 어려움(양도성), 외국인 투자자 등록 의무화 제출 자료의 번거로움(투자자 등록), 차입금으로 증권결제 불가(청산 및 결제), 공매도 전면 허용 등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외 현물환 시장 부재'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특정 국가의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주식평가 차익뿐 아니라 환차익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투자한 주식에서 5% 수익이 나더라도 환차손이 10% 발생하면 결국 5%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정 국가의 주식에 투자할 때 언제든지 해당 통화를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시장의 존재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현재 역내 현물환 시장(국내 은행 간 시장)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밖에 없다. 역내 시장 마감 이후 자유롭게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할 수 있는 역외 현물환 거래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역외 현물환 시장이 생기면 환율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이는 결국 위기 상황에서 거시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MSCI가 요구하는 외국인의 정보 접근성 개선을 위해 영문 공시 의무화를 하려면 자본시장법의 개정이 필요하고, 배당금 지급 과정을 변화시키려면 상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MSCI의 개선 요구 내용 중에는 거래소 밖에서의 거래가 경직적이라는 내용도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주식거래세 체계를 사용하고 거래소 밖에서 거래하면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 한국의 세법에도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염 연구원은 "한국이 MSCI 선진국으로 분류되기 위해 여전히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상태"라면서 "MSCI의 요구 사항을 보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방 압력 우려

이번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이 확정된다면 우리 증시에 작용하는 하방 압력은 한층 커질 우려가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4일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 등록이 불발되면 이에 대한 실망감이 있을 것"이라면서 "만약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군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실제 편입되면서 관련 추종 자금 리밸런싱이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1~2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립 정도의 재료로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주 코스피는 결국 장중 2400선이 붕괴되며 추락했다. 한국 증시의 낙폭은 세게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두드러진다. 코스피의 코로나19 이후 고점 대비 증시 하락률(17일과 비교)은 -35.41%로 가장 높다. 미국 나스닥이 -33.70%로 위를 기록했으며 홍콩 증시가 -32.94%로 뒤를 이었다. 코스닥도 -24.65%를 기록했다. 반면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11.57%, -13.82%로 국내 증시보다는 양호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금리 인상 기조로 위험자산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선호도는 떨어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폭이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그만큼 올라갈 수 있는 상방 압력이 높아진다는 생각에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그간 한국 시장은 유동성이 많았는데 신흥국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다른 증시보다 낙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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