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쓴소리' 조응천 "이재명에 처럼회 석권, 이런 지도부 안된다" [정치언박싱]
■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정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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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쓴소리’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민주당 쇄신 논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의원 등 ‘3인방 불출마론’에 기름을 부었고, 민주당 디지털윤리강령 등 ‘강성 팬덤’ 부작용 방지책도 제안했다. 당대표 선거 2~6위 득표자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해 당대표 혼자 당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하는 ‘집단 지도체제’ 도입 주장도 총대를 멨다.
특히 그가 지난 15일 재선의원 모임 토론회에서 이재명계 ‘7인회’ 소속 김병욱 의원을 향해 “이재명 의원은 전당대회에 안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예스 오어 노’(yes or no)로 답하라”고 물었던 장면은 당내 화제였다. 대선 때 ‘대장동 의혹’방어에 앞장서 한때 ‘개딸’들의 응원도 받았던 조 의원은 최근 다시 ‘문자폭탄’의 타겟이 됐다.
조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쓴소리를 쏟아내는 이유를 “지금은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친명(親明)에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선 “누구의 ‘친(親)’이었던 적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진정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 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 공당 소속 의원이 최선을 다하는 건 마땅한 것 아니냐. 그때도 쓴소리 전담이었다”고 덧붙였다.
2016년 국회 입성 후 늘 ‘비주류’ 꼬리표를 달고 사는 그는 “어떤 경우에도 ‘말 바꾸기’는 하지 말자는 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지금 재선인데, 3선이 되고 말고는 무슨 의미가 있겠냐. 한국 정치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여야가 서로 인정하는 민주적 규범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민생에 도움되는 게 제 정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지방선거 참패 원인이 뭐라고 보나.
A : “사는 길, 죽는 길이 있으면 죽는 길로만 계속 갔다.”
Q : 뭐가 죽는 길이었나.
A : “검찰이 유시민 전 장관에 징역 1년 구형을 하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임명되니, ‘검찰 공화국이 가시화됐다’며 갑자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드라이브를 걸었다. 절실했으면 일찌감치 했으면 되는데, 그걸 선거 직전에 했다. 거기에 ‘꼼수 탈당’까지, 안 좋은 모습은 다 보였다.”
Q : 당시 비대위원이었다. 왜 못 막았나.
A : “새 원내대표 경선부터 이원욱 의원 빼곤 전부 다 검수완박을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의견수렴 과정 같은 걸 거쳤지만, 답이 정해져 있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4월 의원총회 직전 비대위원직을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말려서 못 던졌다. 지금 와서는 좀 후회도 된다. (직을) 던지고 막았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Q : 당 쇄신을 어떻게 해야 하나.
A : “우선 당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 여러 이견이 존재하고 그게 잘 교합이 돼서, 다들 수용할 수 있는 결론을 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 다음은 인적 쇄신이다.”
Q :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A : “그냥 당 지지율을 높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면 오케이, 그런데 그게 아니다. 4·7 재·보궐선거부터 세 번을 내리 졌다. 패인을 분석하고 쇄신해야 한다. 과오를 물을 게 많은 분들이 대표로 오면, 그 작업이 멈춘다. 5년간 여당으로 있던 시기에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그때 주역이 홍·전 의원이다. 이 의원은 대선 후보에,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두 선거의 가장 큰 책임자다.”
Q : 전해철 의원은 사실상 출마선언을 했다.
A : “전 의원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출마하겠다’고 하셨는데, 그 위기에 원인제공을 하신 점이 없는지 먼저 돌아보시기를 권한다. 5년 동안 친문 이너서클로서 ‘부엉이 모임’이나 ‘민주주의 4.0’ 같은, 그때그때 핵심 코어 모임을 만들지 않았나.”
Q : 이재명 의원에게는 불출마하라고 전했나.
A :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말린 이후로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게 없다. 저는 인천 계양을에 나가는 것도 반대했다.”
Q : 현행 당대표 중심 체제를, ‘집단 지도체제’로 바꾸자고 했다.
A : “팬덤 정치가 횡행하니, 이재명 당대표에, ‘처럼회’가 최고위원을 석권하는 지도부를 다들 떠올린다. 이건 아니지 않으냐. 특히 친문과 맞붙으면 사생결단식 당권 경쟁이 이뤄질 거다. 2년 후에 공천이 걸려있으니깐. 진 쪽은 비주류로 남아서 계속 발목 잡고 머리끄덩이 잡아당길 거다. 이런 민주당의 미래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Q :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A : “(국회의원이) 170명이나 있는데 그 사람들뿐이겠나. 자연스럽게 86, 97세대가 들썩이고 있다. 이미 캠프 조직하고 결성하고 그런다. 민주당도 젊은 지도자가 한 번 나올 때가 됐다.”
Q : 직접 전당대회 나올 생각은 없나?
A : “생각이 없던 건 아닌데, 불출마 요구나 지도체제 변경 등 제가 한 얘기가 꽤 많다. 지금은 반성을 주도하고, 쇄신은 다른 후배들이 하는 게 낫다. ‘이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생각하고 접었다.”
검찰 출신인 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력이 상당수 겹친다. 서울대 법대 81학번으로 윤 대통령의 2년 후배인데, 사법연수원 기수(18기)로 윤 대통령(23기)보다 다섯 기수 높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두루 중용되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고초를 겪은 점도 비슷하다.
Q : 윤 대통령과 잘 아는 사이인가.
A : “아주 잘 안다. 지난번 시정연설 하러 국회에 왔을 때도 악수했다. 제 등을 툭툭 치더라. 잘 안다.”
Q : 정권 초기 윤석열 정부를 평가한다면?
A : “잔기술은 많이 늘었다. 하지만 정권 핵심의 실력은 과거만 못한 것 같다. 특히 검찰 출신을 많이 기용하는 걸 보고 걱정이 된다. 지금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아 위기가 올 수 있는데, 그 파고를 제대로 넘지 못할 경우 결국 사정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그게 무리한 것일 경우엔 역풍이 불 거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Q :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
A : “원(院) 구성이 안 되면 야당 손해다. 야당의 주전장이 국회 아닌가. 정부 부처가 제일 좋다. 견제가 이뤄지지 않으니 ‘룰루랄라’다. 그런데 그 손해는 국민에게 전가된다.”
Q : 법사위원장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일단 법사위 문제는 체계·자구 심사만 하기로 한 국회법에 맞춰 운영하는 걸 약속하고, 국민의힘으로부터 지난번 검수완박 합의안을 뒤집은 걸 사과받고 (법사위원장직을) 빨리 줬어야 했다. 법사위를 넘겨줘도 말도 안 되는 건 다 막을 수 있다.”
Q : 야당 의원으로서 각오는?
A :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제가 제일 세게 할 수 있다. 검찰총장 청문회 이전부터 저는 ‘절대 검찰총장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악을 썼다. 그러다가 당원들에게 얼마나 욕먹었나. 제가 청와대도, 검찰도, 국정원도 내부를 속속들이 잘 안다. 잘 지켜보고 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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