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대러 제재 뚫는 중·러 밀착..양국 교역 29% 늘었다

박소영 2022. 6. 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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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강도높은 대(對)러 제재를 중국과 교역 확대로 상쇄시키려는 모양새다.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시진핑, "양국 무역 새 기록 세울 것"


18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미국 CNBC 등 외신은 제25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와 무역 확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전날 SPIEF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와 무역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이라며 "이는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SPIEF는 '러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행사로, 지난 15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실제로 양국의 교역 규모는 올해 크게 늘었다.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 규모는 658억1000만 달러(약 85조2240억원)다. 작년 동기보다 28.9%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 한해 양국 교역액은 1580억 달러(약 204조원)로 예상된다. 지난해 교역액인 1470억 달러(약 190조원)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특히 중국의 대러 수입이 크게 늘었다. 수입률은 전년 동기 대비 46.5% 증가한 반면, 수출 증가율은 7.2%에 그쳤다.


中, 우크라 침공 이후 러 에너지 '줍줍'


중국의 주요 수입품은 러시아산 에너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헐값에 판매되는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등을 쓸어담고 있다. 지난 16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중국은 전쟁 이후 러시아 석유를 가장 많이 사들인 나라다. 러시아 전체 원유 수출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월 말 약 20%에서, 지난달 말 30%로 증가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지난 1~5월 중국이 사들인 가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7%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 유한공사(CNPC) 황융장 부총경리는 지난 17일 가스프롬과 영상 회의를 진행하면서 극동 가스 공급 프로젝트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협정서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가동 중인 가스관을 통해 가스 용량을 확대하는 내용의 협정일 것으로 추측했다.

양국은 SPIEF 기간에 식품 및 기타 생필품 무역과 관련된 여러 협력 각서에도 서명했다.


중·러 잇는 다리 개통…러 경제 굳건한 이유


중국 헤이허와 러시아 블라고베셴스크 사이를 잇는 헤이룽장 대교가 지난 10일 정식 개통했다. 중·러 국경을 이루는 아무르강에 차량이 오가는 다리가 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양국을 잇는 '헤이룽장 대교'도 지난 10일 정식 개통했다.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헤이허(黑河) 사이에 흐르는 아무르강을 잇는 1.08㎞ 길이의 2차선 너비의 자동차 전용 다리다. 개통 첫날, 중국은 헤이룽장 대교를 통해 러시아로 전자제품과 타이어 등을, 러시아는 콩기름과 목재 등을 보냈다. CNN은 "이 다리를 통해 연간 최대 약 400만t 화물 운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0년간 진행된 양국의 무역 확대는, 최근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가속화됐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사태에도, 양국의 교역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리티코는 "최근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푸틴 대통령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손잡은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끄덕없는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SPIEF에서 "서방의 경제 제재는 '미친 짓'"이라면서 "우리 경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서방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고, 우리 기업인들의 노력으로 경제는 점차 정상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英 매체 "푸틴, 카자흐도 우크라처럼 될 수 있다 위협"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왼쪽)이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SPIEF에서 푸틴 대통령은 구소련 독립국들을 향해 "러시아에 등 돌리면 우크라이나처럼 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했다고 18일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SPIEF 도중 진행된 전체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러시아 세력인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한스크공화국(LPR)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만·코소보·남오세티야·압하지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분명 같은 원칙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준국가 영토'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구소련이었던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의 형제국"이라고 친근감을 표시한 뒤, "우크라이나도 그렇게 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의 동맹국이 아니었다"면서 은근한 압박을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푸틴을 모욕하자, 푸틴은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의 다음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인식시켰다"고 전했다.

한편 SPIEF는 러시아 최대의 국가경제포럼으로, 과거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 총재 등 세계적인 거물이 참석했었다. 올해는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토카예프 대통령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쿠바, 베네수엘라, 미얀마, 탈레반 인사 등만 참석해 대폭 축소된 채 치러졌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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