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가스 조이기' 효과는..오늘 프랑스 총선이 첫 가늠자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며 각국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프랑스에선 19일(현지시간) 하원의원 577명을 선출하는 총선거의 결선 투표가 시작됐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확인하는 첫 가늠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NBC‧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수송되는 천연가스 물량이 6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독일 에너지그룹 유니퍼(Uniper SE)는 주문한 가스의 60% 이하를 공급받고 있으며, 지난 17일부터 이탈리아로 향하는 가스도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랑스의 경우 독일을 거쳐 오는 가스 공급이 완전히 끊어진 상황이다.
앞서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스프롬은 서방의 대러 제재로 고장난 가스관의 부품이 도착하지 않는 것이 공급량 감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은 이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정치적 보복으로 판단한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16일 “가스프롬은 기술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가스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앞서 루블화 대금 결제를 거부한 네덜란드‧덴마크‧불가리아‧폴란드‧핀란드 등에 대한 가스 공급을 공식 중단한 바 있다.
가스프롬은 이날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흑해 해저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인 터키 스트림(튀르크 스트림)도 연례 안전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티에리 브로스 파리정치대 교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은 유럽연합(EU)의 가스 재고 비축을 어렵게 만들고, 단결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내에선 가스 배급제의 시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유럽 각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국제 정치의 현안이 됐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번 주에 단행한 천연가스 공급 감축이 유럽 지도자들의 투표함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런 유권자를 마주하는 첫 지도자가 됐다”고 전했다.
19일 프랑스에선 마크롱 대통령과 임기 대부분을 함께할 하원의원을 뽑는 총선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이번 총선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 중도연합 ‘앙상블’(Ensemble)과 지난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한 진보 성향의 장뤽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이끄는 좌파연합 ‘뉘프’(NUPES)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데, 감세‧복지개혁‧연금개혁 등을 추진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에선 원내 과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WSJ는 마크롱 대통령이 가스‧전기료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280억 달러(약 36조 2600억원) 규모의 저소득층‧기업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뉘프의 부상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차 투표 당시 양대 연합의 득표율은 25.75%(앙상블)대 25.66%(뉘프)로 막상막하로 나타났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7일 치러진 여론조사에선 앙상블이 255∼30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과반(289석 이상) 확보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뉘프의 예상 의석수는 140∼200석이다.
프랑스 파리 외곽 지역에 사는 38세 시민은 “사람들은 이미 극한까지 버티고 있다”며 “(에너지 위기는) 언제고 문제가 될 것이다. 초대형 시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불렀던 2018년 ‘노란 조끼 시위’도 연료 가격 때문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독일에서도 오는 10월 민심 이정표로 불리는 니더작센에서 주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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