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우크라·러시아, 남북한처럼 될 수도..서방, 장기전 준비"
4개월 가까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남한과 북한처럼 대치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1953년 종전없이 휴전 협정으로 전쟁을 중단한 한반도와 같거나 그보다 낮은 강도의 분쟁 상황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WP는 "남한과 북한 사이엔 중무장 군인이 배치된 경계선(휴전선)이 있고, (양국 사이엔) 때때로 긴장이 고조되기도 한다"며 "일부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 사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 진단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번 전쟁을 단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점령한 뒤 그 지역과 다른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굳히며 휴전을 제안하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격전 중이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최근 "러시아가 지도력, 사기, 군수물자 등의 면에서 만성적인 문제를 겪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세는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것과 달리 돈바스 전투에선 우크라이나군의 진지를 파괴하며 점차 점령 지역을 넓히고 있다. 때문에 서방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으로부터 군수물자 지원을 받고 있으며 사기도 높지만, 러시아의 군사력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밀리지 않는 교착 상태가 최선이란 분석이 나온다.
WP는 이에 따라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패배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군사 지원을 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약 1조295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전투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짚었다.
또 미국은 대담해진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이웃 국가나 나토 회원국까지 넘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글로벌 경기 침체나 식량위기 등 부작용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원한 한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미 정부 관리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미 정보기관의 첩보를 근거로 지난 2월 이전에도 충돌 장기화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전 세계적인 파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폭풍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가 등대로 삼는 것은, 러시아가 자국의 야욕을 달성했을 때 미국과 우방·동맹국들에 정말 나쁜 결과가 나타날 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 출신인 아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위원회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교착 상태에서 미국에 주어진 것은 냉정한 선택지뿐이다. 우크라이나가 계속 피를 흘리도록 지원해주거나, 지원을 중단하고 러시아의 승리를 감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원 철회는 우크라이나를 늑대 무리에 던져주는 것과 같다"며 "아무도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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