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향해 네 다리 뻗은채 죽은 소들..美 덮친 '죽음의 열돔' [영상]
지난주 최악의 폭염이 미국 전역을 덮친 가운데, 올 여름 미국에 거대 열돔(heat dome)이 생성돼 수천만명이 가마솥 더위에 시달릴 거란 기상 예보가 나왔다. 유럽 일부 국가 역시 한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 때 이른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美, 열돔확대로 40도 육박…소 집단폐사도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현재 미국 북부 평원에 머물고 있는 거대한 열돔이 동쪽으로 이동 중이며, 이로 인해 미국 여러 지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주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였던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는 21일 최고 기온 섭씨 37.7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롤리는 22일 최고 기온 37.8도로 치솟는 등 미국 곳곳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은 지난주부터 때 이른 폭염에 시달렸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지난 13일 미국 남동부 멕시코 연안과 오대호, 동부 캐롤라이나주 일대에 폭염주의보를 내리고 주민 1750명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15일에는 미국 인구의 3분의 1(1억2500만 명)이 폭염 영향권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중부 캔자스주 보건환경국은 약 2000마리의 소가 고온으로 폐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는 캔자스주 목장의 소들이 뙤약볕 아래 쓰러져 하늘을 향해 네 다리를 뻗은 채 널부러져 있다. 전문가들은 캔자스주의 평균 기온이 전주(섭씨 21~26도) 대비 10도 이상 치솟아 37도까지 오른 데다, 습도까지 높아지자 ‘찜통더위’를 견디지 못한 소들이 집단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에 전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이미 지난 11일 43도를 찍어,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의 기온은 50.6도,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46도였다. 피닉스 기온은 1917년 이후 104년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미국의 이상 고온이 열돔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열돔 주변의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폭우와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등 기상 이변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50도 넘은 인도, 43도 찍은 유럽
이상 고온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남부의 한낮 최고 기온이 50도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지난 3월, 낮 최고기온 33.1도를 기록해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22년 만에 가장 더운 3월이었다. 파키스탄의 지난달 일평균 최고기온은 45도였다. 일부 도시는 한낮 최고기온이 51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서유럽도 역대급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인 메테오프랑스는 남서부의 인기 휴양지 비아리츠의 18일 최고 기온이 42.9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테오프랑스의 마티외 소렐 기후학자는 “이번 폭염은 1974년 이후 프랑스에 기록된 가장 이른 폭염”이라고 했다. 이날 스페인은 전국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돌았다. 스페인 남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43도까지 올라갔다. 남부 세비야와 코르도바에서는 한낮 기온이 42도까지 치솟자, 수백마리의 새끼 칼새가 도심 길바닥에 죽은 채 발견됐다.
북극에서도 이례적인 기온이 관측됐다. 연구자들은 올해 북극 기온이 예년 평균 기온대비 3도 이상 높다고 밝혔다.
전문가 "인간활동 따른 기후변화 결과"
전문가들은 기록적 폭염은 이산화탄소‧메탄가스 등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쏟아내는 인간 활동의 결과로 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 변화로 인해 남아시아에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30배 이상 커졌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기후학 전문가인 프리데리케 오토는 “기후변화가 폭염의 게임 체인저”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의 탄소 배출 때문에 유럽에서만 폭염 빈도가 100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폭염이 심해짐에 따라 냉방에너지 수요가 커지면, 지구온난화가 악화되는 ‘치명적인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기후변화 전문가인 라디카 코슬라는 “국제사회가 지속가능한 냉방을 지켜야 한다”며 “늘어나는 냉방 에너지 수요 때문에 더 심각한 지구온난화가 닥치는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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