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인선 감감 무소식인데..'나홀로 검찰 인사' 한동훈 논란
법무부가 한동훈 장관 체제 아래 두 번째 검찰 인사를 예고한 데 반해 공석인 검찰총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절차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차기 검찰총장이 사실상 '식물총장'이 될 수 있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른바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불가피한 선택이란 평가도 나온다.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이날까지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선정을 위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았다. 대통령령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정(제6조)'에 따라 긴급한 사정이 있는 등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의 소집 3일 전까지 추천위원들에게 연락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여태껏 법무부는 추천위원들에게 회의 소집에 관련된 연락을 한 번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차 검찰 인사 예고됐는데 '총장 협의'는 패싱
이는 최근 법무부가 검찰 고위간부의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하기 위해 오는 21일 오후 3시 정부과천청사로 검찰인사위원회 회의를 소집한 것과 대조된다. 인사위는 같은 날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청 조직개편안'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증원안' 등을 바탕으로 검찰 인사 기준과 방향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인사위 회의가 진행된 뒤, 법무부는 대검 검사(검사장)급 인사 및 고검 검사(차장·부장검사)급 인사 등을 차례로 단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협의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 2004년 1월 신설된 검찰청법 제34조 1항의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문구가 그 법률적 근거다. 하지만 지금 당장 추천위가 구성돼 검찰총장 인선에 돌입하더라도 약 한 달에 걸친 천거·추천·제청·지명 절차에 더불어 추가 한 달이 소요되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치려면 8월 중에나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관과 총장의 협의'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달 23일 총장 직무대리로 신규 부임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와 인사안을 협의한 뒤 윤 대통령의 재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장관 홀로 인사 우려" vs "총장 기다릴 시간 없어"
총장 부재 상황 아래 법무부의 검찰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총장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차기 총장의 식물총장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과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검찰 인사를 내려다 문제가 된 일을 계기로 국회 법사위원들이 일종의 '중재안' 성격으로 마련해준 조항"이라며 "장관이 실질적으로 총장과 협의해서 인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법 규정의 도입 취지를 고려한다면, 한 장관이 지난 1차 인사에 이어 2차 인사까지도 총장을 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주도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 검찰 앞에 놓인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크게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9월 10일)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 장관이 약 2개월이 소요되는 검찰총장 인선을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전직 고검장은 "새로운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매우 짧기 때문에 총장 인선을 기다려서 새로운 진용을 갖추기는 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평상시라면 장관과 총장이 상의해서 인사안을 짜는 게 맞겠지만, 지금 상황을 평상시로 보느냐 아니면 인사를 서둘러야 할 시기로 보느냐에 대한 견해 차이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9월께 수사 성과 따라 '비정상적 인사' 이해할 수도"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 전 법무부가 총장 인선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울 거란 의견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 당장 총장 후보자가 지명된다고 해도 국회 청문회까지 한 달여가 소요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어수선할 가능성이 크고 혹여나 후보자가 사퇴하고 재지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일인) 9월이 그냥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라며 "적폐 수사를 하는 게 더 급하다고 생각한다면 검찰총장 임명으로 오히려 수사에 장애물이 생기는 상황은 피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오히려 식물총장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 장관보다도 더 경력이 높은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 그분에게 검찰 수사 전반을 맡기려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다"며 "9월이 돼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될 때, 그 무렵의 검찰 수사 성과를 본다면 현재의 절차적으로 비정상적인 인사를 국민들이 용인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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