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상 폭탄에 신흥국 '도미노 디폴트' 위기

전웅빈 2022. 6. 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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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전역의 농부들은 계속되는 연료 부족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정부에 애원하고 있다. 캄무안, 비엔티안, 사바나켓, 루앙남타 지역 주민들은 연료가 없어 농작물을 경작할 수 없었고, 일부 주유소는 연료가 완전히 고갈됐다."

레베카 그린스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지난주 글로벌 위기대응 그룹 회의에서 "도미노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주요 부채 위기의 위험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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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전역의 농부들은 계속되는 연료 부족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정부에 애원하고 있다. 캄무안, 비엔티안, 사바나켓, 루앙남타 지역 주민들은 연료가 없어 농작물을 경작할 수 없었고, 일부 주유소는 연료가 완전히 고갈됐다.”

국영 언론 비엔티안타임스가 지난주 보도한 라오스의 모습이다. 일부 지역은 주유소가 일주일에 1~2일 정도만 문을 열고, 따로 병이나 휘발유 통을 가져와 기름을 사 가는 것은 금지했다고 한다. 비엔티안타임스는 “농부들은 밭을 갈고 농작물에 물을 주기 위한 (농기계) 연료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꾸준히 상승하는 휘발유 가격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시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삼중고가 신흥국 부채위기를 높이고 있다. 신흥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압박을 받아 왔는데, 여기에 최근 달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며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게 됐다.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디폴트 도미노’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면서 취약국가의 자산을 버리고 있다. (취약국가의) 채권 수익률이 치솟고 매달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저·중간소득 국가들에서 본격적인 부채위기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주 라오스 국가신용등급을 ‘정크’ 등급인 ‘Caa3’로 낮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라오스는 심각한 연료 부족과 식품 가격 상승,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스리랑카에 이어 글로벌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 후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받는 아시아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의 제러미 쥬크 애널리스트는 “현시점에서 환율 유동성 압박이 상당하다. 최근 유가 상승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라오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말부터 이미 일부 지역에서 연료 부족 경고등이 켜졌었다. 그런데 최근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국가적 위기 상황이 급격히 심각해졌다. 라오스 통화 킵은 올해 미국 달러 대비 23.5% 상승했다. 지난달 이후에만 가치가 17.3%나 쪼그라들었다. WSJ는 “지난해 말 기준 라오스 외화 보유액은 13억 달러로 2.2개월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라오스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브라질과 칠레의 달러 대비 환율도 이달에만 각각 9.52%, 9.09% 상승했다. 스리랑카, 잠비아, 레바논 등 국가들은 이미 국가부도 위기 상태다. 유럽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남미의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가나, 모잠비크, 아시아의 파키스탄과 스리랑카 등은 국채 수익률이 급증했다. 조달 비용이 올라간 것이다.

이들 국가의 부채는 이미 최대치로 쌓인 상태다. WB에 따르면 저·중소득 국가가 국외 기관에 지고 있는 부채는 지난해 9조3000억 달러로 전년보다 6.9% 증가했다. 이들 국가의 부채는 2020년에도 직전 해 보다 5.3% 증가했었다.

JP모건은 최근 메모에서 “차입 비용 상승으로 저등급 신흥 시장 부채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며 “52개국 표본 조사에서 절반가량이 높은 상환 위험을 안고 있었다”고 경고했다.

레베카 그린스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지난주 글로벌 위기대응 그룹 회의에서 “도미노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주요 부채 위기의 위험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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