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못 따라가는 개도국 '테킬라 위기' 째깍째깍

2022. 6. 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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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코로나 충격 허덕이는 개도국,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테킬라 위기' 막으려면 잠재적 위험 선제 대응해야

바야흐로 ‘초인플레이션 시대’다. 미국에서는 41년 만의 인플레이션 쇼크가 발생했다. 8%대의 물가 상승률은 40년을 살아본 경험이 없는 20~30대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숫자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도 지난 5월 5.4%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2008년 8월 5.6%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차단한 데 이어 인도는 밀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한국 같은 자원 빈국은 원자재를 더 구할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자원 부국은 원자재를 내줄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자원 보호무역주의는 더 큰 수급 불균형을 만들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협을 가중시킨다.

세계적으로 금리를 크게 인상하는 ‘빅스텝’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 부임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고, 신흥국은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에 해당한다. 그 어떤 나라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빅스텝이든 자이언트스텝이든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신흥국은 아직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만큼 경기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물가 부담만 가중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에 처해 있다. 따라서 미국이 빅스텝으로 달려갈 때, 함께 따라가기보다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물가 잡겠다고 기준금리를 올렸다가는 경기 침체라는 더 무서운 악당한테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탓에 개발도상국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방 경제 제재가 확대되고 공급망 혼란도 가중된다. 세계은행은 올해에만 에너지 가격이 50%, 식품 가격은 23%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식량 같은 필수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개도국이 증가하고 있다. 재정난에 따른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도 높아졌다. 달러 강세 기조가 장기화함에 따라 몇몇 개도국으로부터 자금이 급격히 이탈해 위기 가능성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테킬라 위기’ 가능성도 불거진다. ‘테킬라 효과’는 한 국가의 경제위기가 주변국으로 번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테킬라는 멕시코 특산 다육식물인 용설란의 수액을 채취한 즙을 증류시켜 만든 멕시코 전통술이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경제위기에, 이웃 나라들이 모두 독한 테킬라에 취한 것처럼 잇달아 경제위기를 맞이한 데서 나온 말이다. 1994년 12월 멕시코 금융위기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자,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로 위기가 확산된 바 있다.

펀더멘털이 취약한 저소득 개발도상국들이 디폴트를 선언하면 주변국으로 위기가 확산하면서 연쇄적인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취약 개도국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잠재적 위험이 감지될 때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해당국 공급업자나 현지 법인·파트너사를 중심으로 위험을 관리해 테킬라 효과가 전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3호 (2022.06.15~2022.06.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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