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요양원..'약한 고리' 보호가 지속가능한 방역"

정진용 2022. 6. 1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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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KDI 주관한 포럼서 또 다른 전염병 창궐 가능성 언급
"생물다양성 불균형 심각한 지금은 바이러스에게 '블루오션'"
치명률 지표 의존 지나치다는 지적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에 전면해제된 지난 4월 서울 종로 명동거리에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경제,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이를 극복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방역 대책으로 개인이 아닌 집단 간 격차에 주목, 건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주관하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포용적회복연구단이 주최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동시 생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에서는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극복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고 정부지출이 증가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 공급망이 자국과 동맹국 간 동맹 공급망으로 개편되는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대면 소비와 재택근무가 확대되는 등 생활방식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K자형 양극화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주관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포럼에서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최재천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 불안, 금리 정상화에 따른 부채 부담 증가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해있다”면서 “코로나19로 심화된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해 포용적 회복을 이뤄낼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무분별한 개발을 방치한다면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은 언제든,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조 강연을 맡은 최재천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생물다양성 불균형이 심각한 지금은 바이러스에게 그야말로 ‘블루오션’과 다름없다”고 했다.

최 공동위원장은 “현재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 전체 중량에서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동물의 중량이 거의 99%를 차지한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것은 아무리 길게 봐도 1만여년 전이다.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생태계를 장악했다”면서 “지금 야생동물 몸에 붙어서 사는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어느 순간 집을 옮기게 되면 새로 이사 간 집은 백발백중 사람, 혹은 사람이 기르는 동물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 같이 야생동물로부터 비롯된 전염병은 확률적으로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화학적 백신도 좋고,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 ‘행동 백신’도 좋다”면서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연 보호라는 ‘생태(eco) 백신’이 우리가 겪은 팬데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내 공동체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하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 내 공동체는 재난 상황에서 긴급 대응의 최전선에 있고 중앙 집권적 재난관리체계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면서 “나라가 나서서 억지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공동체를 국가 자원으로서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한국의 확진자 수가 전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방역 정책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동현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2년간 정부가 확산억제전략을 잘 수행해왔다”면서도 “올해 초 ‘오미크론은 감기에 불과하다’는 과소평가가 담론을 이루며 사실상 무전략으로 대응했다. 요양기관, 고령자 등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사망 피해가 폭증하면서 그동안의 의료성과를 실종시켰다”고 분석했다.

가장 안타까운 점으로 치명률이라는 방역 지표에 대한 의존성을 들었다. 김 교수는 “치명률은 사망자가 10배 늘어도 확진자가 100배 늘면 치명률은 결국 10분의 1이 된다”면서 “방역 의료 상황 평가에 부적절한 지표인데 방역 당국은 치명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오판을 초래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건강과 질병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공중보건학적 접근 전략, 즉 ‘인구 집단의 건강문제 이해하기’라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기저질환, 환경적 요인, 의료기관에의 접근성, 사회경제적 지수 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지역사회 취약지수를 집계하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김 교수는 “마스크 쓰기, 2m 거리두기,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가 아예 불가능한 집단이 있다. 콜센터, 물류센터, 이주민 작업장, 요양시설이 그 곳”이라며 “이런 환경에 처한 사람들, 사회의 ‘약한 고리’를 어떻게 보호할지를 논의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보건 의료 전담 전문조직 강화, 지역 보건소 기능 개편과 역할 강화를 강조하면서 “인사와 예산 등 운영 문제에 있어서 질병관리청의 독립성, 전문성 강화와 질병청 산하 광역단위 지역방역 거점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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