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요양원..'약한 고리' 보호가 지속가능한 방역"
"생물다양성 불균형 심각한 지금은 바이러스에게 '블루오션'"
치명률 지표 의존 지나치다는 지적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경제,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졌다며 이를 극복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방역 대책으로 개인이 아닌 집단 간 격차에 주목, 건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주관하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포용적회복연구단이 주최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동시 생중계됐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 불안, 금리 정상화에 따른 부채 부담 증가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해있다”면서 “코로나19로 심화된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해 포용적 회복을 이뤄낼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무분별한 개발을 방치한다면 앞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은 언제든,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조 강연을 맡은 최재천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생물다양성 불균형이 심각한 지금은 바이러스에게 그야말로 ‘블루오션’과 다름없다”고 했다.
최 공동위원장은 “현재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 전체 중량에서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동물의 중량이 거의 99%를 차지한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것은 아무리 길게 봐도 1만여년 전이다.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생태계를 장악했다”면서 “지금 야생동물 몸에 붙어서 사는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어느 순간 집을 옮기게 되면 새로 이사 간 집은 백발백중 사람, 혹은 사람이 기르는 동물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 같이 야생동물로부터 비롯된 전염병은 확률적으로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화학적 백신도 좋고,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등 ‘행동 백신’도 좋다”면서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연 보호라는 ‘생태(eco) 백신’이 우리가 겪은 팬데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방역 정책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동현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2년간 정부가 확산억제전략을 잘 수행해왔다”면서도 “올해 초 ‘오미크론은 감기에 불과하다’는 과소평가가 담론을 이루며 사실상 무전략으로 대응했다. 요양기관, 고령자 등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사망 피해가 폭증하면서 그동안의 의료성과를 실종시켰다”고 분석했다.
가장 안타까운 점으로 치명률이라는 방역 지표에 대한 의존성을 들었다. 김 교수는 “치명률은 사망자가 10배 늘어도 확진자가 100배 늘면 치명률은 결국 10분의 1이 된다”면서 “방역 의료 상황 평가에 부적절한 지표인데 방역 당국은 치명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오판을 초래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건강과 질병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공중보건학적 접근 전략, 즉 ‘인구 집단의 건강문제 이해하기’라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봤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기저질환, 환경적 요인, 의료기관에의 접근성, 사회경제적 지수 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지역사회 취약지수를 집계하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김 교수는 “마스크 쓰기, 2m 거리두기,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가 아예 불가능한 집단이 있다. 콜센터, 물류센터, 이주민 작업장, 요양시설이 그 곳”이라며 “이런 환경에 처한 사람들, 사회의 ‘약한 고리’를 어떻게 보호할지를 논의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보건 의료 전담 전문조직 강화, 지역 보건소 기능 개편과 역할 강화를 강조하면서 “인사와 예산 등 운영 문제에 있어서 질병관리청의 독립성, 전문성 강화와 질병청 산하 광역단위 지역방역 거점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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