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과 거리두기③] 디지털 디톡스 체험기.."잠시 방해 금지 모드"
"내일이 올 걸 아는데, 난 핸드폰을 놓지 못해, 잠은 올 생각이 없대, yeah, 다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하네, 잘난 사람 많고 많지, 누군 어디를 놀러 갔다지, 좋아요는 안 눌렀어, 나만 이런 것 같아서"
딘의 '인스타그램' 노래 가사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감각적으로 표현해 발표 당시 2017년 인기를 끌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디지털 세상과 우리는 적당한 거리 유지에 성공했을까. 적어도 기자는 아니다.

눈을 뜨자마자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네이버 뉴스면을 순회한 후, 시간이 나면 유튜브 앱을 켜 밀린 영상을 본다. 이동할 때, 심심할 때, 일을 할 때도 간간이 잠겨있는 스마트폰을 의미 없이 해제시킨다.
단단히 마음먹고 디지털 디톡스 체험을 한다면 좋겠지만, 직업의 특성상 받아야 하는 연락과 업무 보고, 일정을 확인해야 해 근무 시간에는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일 평균 스크린 타임 13시간 13분이 스마트폰에서 멀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거대한 계획을 짜봤자 실패할 것이 불 보듯 뻔해, 평일 이틀 심야 시간을 이용해 소소한 디지털 디톡스를 도전해 봤다.
평일은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 스마트폰과 멀어지기로 했다. 평소에는 잠들기 직전까지도 영상을 보고, 잠이 들어도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 유튜브 ASMR 틀어놓고 자지만, 첫 시작인 5월 22일은 스마트폰을 방에 두고 거실에서 책을 읽었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책을 읽는 빈도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방편으로 밀리의 서재와 교보문고 이북을 통해 전자책을 읽고 있어 종이책을 오랜만에 펼쳤다. 책은 B. A. 패리스 작가의 '비하인드 도어'로, 사놓고 방치된 지 기억도 안날 정도다.
평소에도 카카오톡은 앱을 켜지 않으면 알람이 오지 않게 설정했기에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이후 밀린 덕질 영상과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 ASMR 영상 유혹을 잠시 뿌리치고 자야 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기 위해 검색해 보다가, 스마트폰의 집중모드와 다운타임 기능을 알게 됐다. 집중 모드는 업무, 운동, 개인, 수면 시간을 설정해 놓으면 연락이나 알람이 오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다운타임 기능은 요일과 시간을 설정해 두면 아예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잠궈버리는 역할을 한다.
이후 평일 업무 시간 중 시사회나 인터뷰 등 일정을 소화할 때 집중 모드를 최대한 활용했다. 전화가 와도 자동응답으로 넘어가니 중간에 흐름이 끊기거나 중간에 알람을 확인하지 않아도 돼 효율적이었다.

27일에는 다운타임 기능을 설정해 봤다. 시간은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다. 다음 날 당직이었기 때문에 조금 일찍 해제시켰다.
우스갯소리인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은 음악'이라는 말에 공감할 만큼, 어딜 가나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는데, 가장 힘든 부분이 이것이었다. 에어팟 없이 허전하게 이동하는 일은 너무 심심했다.
헬스장에서 에어팟 없이 러닝머신 운동은 처음이었다. '러닝머신에서 못 내려오는 몬스타엑스 운동 플레이리스트'를 들어야 흥이 나는데, 도무지 신이 나지 않아 30분만 하고 내려왔다. 이날 티빙 오리지널 '장미맨션' 마지막 회가 공개됐는데, 이것 역시 티빙 앱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잠시 미뤄야 했다. 대신 '비하인드 도어'를 다 읽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가장 크게 얻은 건 '비하인드 도어' 완독이었다. 평소라면 ‘비하인드 도어’ 책을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 책 읽는다고 광고를 했을텐데 이번 독서는 나만 아는 비밀이 돼버렸다.
다음 날 친구에게 기사를 위해 디지털 디톡스 중이었다고 털어놓으니 의미 있는 정보를 전해줬다. 친구는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환경을 위해서도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기기를 충전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 고화질 영상 재생,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쓸 때 가동되는 데이터 센터, 그리고 온라인 내 자료 서버들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각종 행위들이 모두 디지털 탄소 배출의 주범이었다.
쓸데없는 이메일, 앱, 사진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해 줬다. 디지털 탄소에 대한 우려는 알고 있었지만,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과정에서 실천에 급급해 연결시킬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가장 크게 얻은 수확은 '비하인드 도어'가 아니라 디지털 탄소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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