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그 차.. '짜릿한 주행'에 반하다

이용상 2022. 6. 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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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스포츠카 'R8' 시승기
610마력, 주행모드 바꾸자 돌변
곡선 구간서 안정적 코너링 진가


지난달 26일 아우디코리아 시승행사에 참여했다. 준비된 차량은 스포츠카 R8,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트론 S, 고성능 쿠페 RS7 등 3종류였다. 참여자 6명은 제비뽑기로 시승차를 정했다. R8을 뽑았다. R8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몰았던 차다. 아무리 운전에 자신 있다고 해도 처음 스포츠카 운전대를 잡으려니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걱정이 몰려왔다. 가격부터 검색하게 됐다. 무려 2억5569만원.

먼저 외관을 둘러봤다. 낮은 전고, 바람도 미끄러질 것 같은 매끈한 곡선이 매력적이다. 차량 뒤쪽에 장착한 엔진은 밖에서도 투명유리를 통해 볼 수 있다. R8은 자연흡입 10기통(V10) 5200㏄ 직분사 엔진을 장착했다. 람보르기니의 슈퍼카 우라칸에도 탑재하는 엔진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추세에 따라 이제는 사라져가는 녀석이다.


운전석에 올라탔다. 스포츠카답게 시트가 일반 세단보다 낮고, 공간도 조금 비좁았다. 옆자리에 동승자가 앉으니 들고 있던 가방을 둘 자리가 마땅찮아 시트 뒤 좁은 공간에 뒀다. 시트와 대시보드는 모두 나파 가죽이었다.

이날 시승 코스는 경기도 평택 아우디 차량검수센터에서 서울 강남구 아우디 본사까지의 약 82㎞ 구간이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오른쪽에 돌출된 빨간색 시동버튼을 눌렀다. 이제부터 제대로 한 번 달려볼 테니까 잘 기대고 있으라는 듯 시트가 몸을 꽉 잡아줬다. 가속페달을 밟자 배기음을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돌진했다. 일반적인 승용차가 0, 20, 30, 40, 50 순으로 속도가 오른다면 R8은 0, 50, 90 순으로 속도가 오르는 것 같았다. 이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1초다.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m, 최고속도 시속 331㎞의 성능을 발휘한다.

양손으로 운전대를 잡으면 왼손 엄지손가락 근처에 주행모드를 변경하는 버튼이 있다. 손가락만 까딱해서 주행모드를 컴포트(comfort)에서 다이내믹(dynamic)으로 바꿨다. 그때 동승자가 물었다. “혹시 주행 모드 바꾸셨어요?” 주행모드에 따라 다른 차를 갈아탄 것처럼 확연한 성능 차이를 드러냈다.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자 R8은 ‘탄소배출범’으로 몰린 게 억울하다는 듯 더 대담하고 강력하게 돌변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곡선 구간을 지날 때 시승을 안내한 권봄이 카레이서로부터 무전 연락이 왔다. “속도를 줄이지 말고 이 차의 코너링을 느껴보세요.” 스포츠카의 진가는 고속주행이 아니라 코너링에서 알 수 있었다. 원심력에 따른 치우침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바닥에 딱 붙은 채 주행했다. 터널을 지날 때 창문을 살짝 열자 바람소리와 외부 소음이 요란했다. 다시 창문을 닫자 바깥 소리는 완전히 차단됐다.

승차감이 편안하진 않았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만나면 엉덩이에 크고 작은 충격이 느껴졌다. 스포츠카는 차체가 낮아 과속방지턱이나 경사진 곳을 지날 때 차량 밑 부분이 닿는 경우가 있는데 R8은 그 정도는 아니다. 시승을 마치고 타이어를 확인해봤다. 앞 타이어에는 245/35 R20, 뒤에는 305/30 R20이라고 적혀있었다. 여기서 두 번째 숫자는 편평비(지면에 닿는 타이어 단면 너비에 대한 타이어 옆면 폭의 비율)를 의미한다. 35와 30은 매우 낮은 수치다. 숫자가 낮을수록 승차감은 떨어지지만 코너링과 핸들링 성능이 향상된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나 첨단주행보조장치(ADAS) 같은 주행 편의기능은 없다. R8은 애초에 편의성을 생각하지 않았다. 서킷이 아닌 일상에서도 쉽게 탈 수 있는 슈퍼카를 지향한다. 첫 스포츠카 시승이었지만 어제까지 몰았던 차량처럼 낯설지 않았다. 단점은 이 차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2억5569만원.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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