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울릉 7시간→1시간.. 26년도 하늘길 여는 울릉공항 가보니

류태민 2022. 6. 12. 13: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북 울릉군 도동항의 여객선 선착장 전경(사진=류태민 기자)

[포항·울릉=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이동시간만 거의 한나절이네요. 아무리 울릉도가 아름답다지만 다음번에 다시 방문하기에는 망설여집니다.”

지난 9일 오전 포항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여객선 ‘썬라이즈호’ 내부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사람들로 가득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최대 1.8m의 잔잔한 파고였지만 4시간 가량 배가 위 아래로 일렁거리자 400여명의 승객들은 뱃멀미를 피할 수 없었다.

승객들이 드나드는 선내 화장실은 토사물로 가득한지 오래다. 바닥에는 멀미와 싸우다 지쳐 쓰러져있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예 좌석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봉투에 토하거나 “우웩” 소리를 반복하며 헛구역질 하는 승객들도 많았다. 잠시 후면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서울역에서 KTX로 시작해 쾌속선까지 8시간 가량 이어졌던 고된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항공편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울릉공항 부지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모습. 2025년이면 이 바다 위에 공항이 자리잡게 된다. (사진=류태민 기자)
울릉공항 부지에 설치된 첫 번째 케이슨 모습. 케이슨의 20m가량이 바다에 잠겨있다. (사진=류태민 기자)

이날 둘러본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에서는 울릉공항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20년 11월 착공한 울릉공항은 5월말 기준 공정률은 20.4%로 2025년 12월 완공, 2026년 상반기에는 개항을 목표로 한다. 공항부지 면적은 43만㎡로 50인승 경항공기 4대, 헬리콥터 2대가 머무를 수 있는 소형공항이다. 총 사업비 7092억원이 투입됐으며 DL이앤씨를 중심으로 시공이 진행 중이다.

울릉공항은 바다 위에 건설된다. 돌덩이를 쌓아 올린 사석경사제와 케이슨을 연결해 방파제를 만들고 내부를 매립하는 방식이다. 평균 수심이 23m나 되는 난공사로, 케이슨 공법을 공항건설에 이용한 최초의 사례다. 케이슨은 방파제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1개함의 높이는 20m를 훌쩍 넘는 아파트 10~12층 높이다. 이곳 울릉공항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1만6000톤짜리 케이슨을 포함해 30함을 일렬로 연결해 방파제를 만들 계획이다. 이후 방파제로 둘러쌓여 갇혀 있는 바닷물을 모두 제거하고,

그 안쪽을 토사로 채워 공항 부지를 마련한다. 현재까진 케이슨 1함이 울릉공항 부지 바다에 설치돼 있다. 포항 영일만항에서는 현재 2, 3번째 케이슨이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케이슨과 사석경사제 설치가 완료되면 그 위에 20m 가량의 토사를 추가해 지반을 23~24m 높이로 견고하게 다진다. 2020년 전국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마이삭'의 최대 파고 16m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성을 높인 것이다. 해상매립에 필요한 915만㎡규모의 토사는 건설현장 인근에 위치한 해발 198m 높이의 가두봉을 절취해 확보할 방침이다. 이곳 43만㎡ 규모의 공항부지에는 1200m 길이의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주차장 등이 지어진다.

경북 포항시 케이슨 제작 현장 모습. (사진=류태민 기자)

케이슨은 포항에서 제작돼 울릉공항 현장까지 바다를 건너 운반된다. 평균 두 달에 3개함 꼴로 케이슨의 제작이 완료되면 F/D(플로팅독)에 연결해 바다로 끌고 나간다. 이후 예인선과 연결해 울릉공항 건설현장까지 운반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케이슨 운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다. 케이슨은 이동하는데만 약 52시간이 걸리는데다 운반부터 해상설치까지 모두 완료하려면 5일 연속으로 해상 날씨가 맑고 파도가 잔잔해야 가능하다. 케이슨 운반 작업은 1년 중 4~10월까지 7개월 동안만 진행된다. 이날 제작 현장에서는 4~7번째 케이슨 제작 과정을 밟고 있었다.

서울에서 울릉까지 1시간 만에 이동… 주민들 기대감도 커져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기존에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7~8시간 걸리던 여정은 1시간으로 대폭 줄어든다. 기차와 버스, 배를 갈아타며 멀미로 고생하던 여행길이 비행 한 번에 모두 해결되는 셈이다. 특히 날씨와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던 선박은 결항률이 22.1%에 달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하는 여행객이 많았지만 항공편이 들어서면 8.7%로 크게 감소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는 2035년 항공수요는 연간 여객수는 94만명, 첨두시(교통량이 가장 많은 1시간 교통량) 여객수는 366명 등으로 추산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들에게도 울릉공항은 호재다. 기존에는 이동제약이 심한데다 응급환자 긴급수송도 어려워 애를 먹은 경우도 많다. 여기에 관광 수요도 늘어나 지역발전도 용이해진다. 실제로 정부는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9800억원 가량의 생산유발 효과와 약 36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곽인길 사동2리 이장은 “공항이 생기면 응급환자가 생겨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지고, 관광객들도 크게 늘어나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