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한 실험실' 유출설 재점화..中 "거짓말" 발끈

나성원 2022. 6. 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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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국제 과학자 자문단 "실험실 유출 가능성 조사해야"
우한 실험실 직원 등 상대 조사 제안
중국 "실험실 유출설, 과학적 근거 없어" 강력 반발
코로나19 사태 진원지로 지목되는 우한 병원(Wuhan Medical Treatment Center)에서 지난 2020년 1월 직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신화/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대해 조언하는 국제 과학자 자문단이 실험실 보안 사고에 따른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WHO 사무총장도 지난해 “코로나19 유행과 중국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의 잠재적 연관성을 배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어서 관련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은 다시 제기된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WHO는 미국, 중국, 독일,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 과학자 27명이 참여하는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 조사를 위한 과학 자문그룹’(SAGO)이 제출한 예비 보고서를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자문단은 보고서에서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어떤 동물인지,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자문단 “우한 실험실, 바이러스 조작 등 있었는지 확인해야”

우한 병원 근무자가 지난 2021년 2월 방호복을 입고 건물 밖에서 이동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자문단은 현재까지 나온 코로나19 연구 결과를 검토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완전히 이해하기 위한 핵심 정보가 아직 없다면서 광범위한 추가 조사를 권고했다.

자문단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 사고에 따른 생물학적 안전·보안 조치 위반을 통해 인구에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권고했다.

자문단은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지인 우한 인근 실험실에서 안전‧보안 조치를 담당한 직원들을 조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작 혹은 동물 실험 등을 했는지 확인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자문단 구성원 중 러시아, 브라질, 중국 과학자 3명은 실험실 유출 가능성 조사에 동의하지 않았다. 실험실 유출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판단한 WHO의 지난 2021년 3월 보고서를 의심할 새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자문단은 지난 2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버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중국 리커창 총리와 마샤오웨이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주임에게 두 차례 서한을 보내 우한 초기 확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중국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과거 WHO 조사팀은 코로나19가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실험실 유출설은 배제했었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번 자문단의 최신 보고서가 이전 WHO 조사팀의 결론을 사실상 뒤집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AP통신은 WHO가 코로나19의 책임론을 부인한 중국 정부 해명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는 일각의 비판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美 하원 “미국인들 음모론자로 매도당해…우린 답을 원한다”

WHO 조사팀 마리온 쿠프만스(오른쪽)가 지난해 2월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마친 후 중국 량완녠 칭화대 교수(왼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 당시 조사팀은 우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는 증거는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AP/뉴시스

미국 연방하원의 코로나19 소위원회는 트위터에서 “그간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는지 물어본 미국인들은 ‘음모론자’로 매도됐다. 이제 WHO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답을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무엇이 나왔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봐야 한다. 중국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배상금 차원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매우 상당한’ 정도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일각에서는 WHO가 중국 책임을 덮으려고 중국과 공모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WHO 다른 자문단에 참여하는 전문가인 제이미 메츨은 “중국 정부가 여전히 필수적 원 데이터 공유를 거부하고 우한 실험실에 대한 완전한 조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고 미래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이들 정보를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버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우한 실험실 관련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유행과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의 잠재적 연관성을 배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과학자들이 코로나19 기원을 밝혀낼 수 있도록 좀 더 투명해질 것을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우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됐을지 모른다는 이론을 배제하려는 압력이 일찍부터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국 실험실 유출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 연구진도 제기했었다.

지난 2020년 2월 중국 화난이공대 소속 연구자인 보타오 샤오와 레이 샤오는 “코로나19가 우한시 질병통제센터(WCDC)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연구진은 “WCDC가 연구를 위해 후베이성과 저장성에서 박쥐 605마리를 포함해 여러 동물을 데려와 실험실에 보관했다”며 “이 때 바이러스 일부가 유출 돼 초기 환자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한 연구원이 박쥐에게 공격을 받아 박쥐의 피가 그의 살에 닿았고 연구원이 28일간 자가격리조치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이라는 추정이다.

중국 “실험실 유출설은 거짓말” 강력 반발

중국은 코로나19 기원을 우한 실험실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기원 연구는 반드시 과학적 원칙을 견지해야 하며 정치적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실험실 유출은 전적으로 반(反) 중국 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 낸 거짓말로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기원 규명과 동시에 미래에 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전염병과 그 대유행의 위험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원숭이두창, 아동 간염 등에 대한 대응 조처에 나서길 WHO와 자문단에 촉구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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