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신뢰 회복' 속도론에..'피해자' 빠진 '그랜드바게닝' 우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한·일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한 관계 개선 기조가 최고위급 소통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달 말 일본을 방문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는 방안을 막판 논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10일 확정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한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일본 측과 조율중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역시 “한·일 관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지난 4월 26일 기자회견)는 입장인 만큼,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확정될 경우 정상회담 개최에 호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 측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믿음을 보이며 양국의 우호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국면”이라며 “외교장관 회담과 정상회담 등 연쇄적인 최고위급 대면 접촉이 성사된다면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현안 해결의 바탕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 개선" 뜻 모았지만 '과거사' 걸림돌
특히 과거사 문제의 경우 한·일 간 외교 사안인 동시에 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는 사법적 이슈다. 또 양국 국내 정치적 여건과 국민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한·일이 현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가까스로 회복된 양국 신뢰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불거진 한·일 갈등을 답습하지 않겠단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은 계승하는 모습이다. 과거사 갈등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는 취지다.
'피해자 중심'과 동떨어진 '탑 다운' 접근
하지만 정부가 ‘탑 다운(Top down)’ 방식의 대일 접근법을 추구하는 과정에 정작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무 단계에서 현안을 논의하는 절차를 건너뛰고 정상 간 만남을 통해 문제를 일괄 타결하려는 ‘그랜드 바게닝(Grand Bargaining)’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실제 윤 대통령 역시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당시 “한·일 간 안보협력과 경제·무역 이런 현안들 전부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자칫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보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그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소통 자체를 꺼렸고, 상호 불신이 증대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의 모든 공을 한국에 돌려놓는 일본의 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견을 좁히기 위해선 양국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한·일 양국이 신뢰를 회복하는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현안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선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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